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왼쪽에서 세번째)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임명장 수여식에서 김용태 공동선대위원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가 12일 “국민들이 놀랄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며 당의 ‘환골탈태’를 다짐했다. 김문수 후보와 6·3 조기 대선 선거운동 첫 일정을 마친 직후다. 김용태 내정자는 중앙선거대책위 회의에선 윤석열의 비상계엄 망동과 탄핵 반대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불법계엄부터 반민주적 대선 후보 교체 시도까지 윤석열 내란 세력의 늪에 빠진 당의 구원투수로 투입된 젊은 쇄신파 정치인으로선 당연한 수순이다. 환골탈태의 다짐이 진정이라면 당의 내란 잔재를 책임지고 청산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김문수 후보의 언행은 김 내정자 다짐과는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김 후보는 정당민주주의를 수호한 당원들 덕분에 대선 후보로 등록한 지난 11일 “과거의 상처를 서로 보듬고 화합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야 할 때”라며 통합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보 교체를 주도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를 유임시키고 공동선대위원장에 임명했다. 권 원내대표 외에도 12일 의결된 선대본부 상황실장·공보단장 등 주요 직책에 반탄·친윤계 의원들이 대거 포진했다. 자신을 쫓아내려 했던 이들과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해야 할 판인데, 국민들의 비웃음밖에 더 사겠는가.
비대위원장 내정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계엄과 탄핵 반대를 사과하는데, 탄핵에 반대하고 심지어 계엄을 옹호했던 인사들에 둘러싸여 무슨 대선을 치르겠다는 것인가. 이런 모양으론 환골탈태 메시지에 진정성도 힘도 실릴 수 없다. 김 후보의 통합론은 내란 세력의 연이은 망동에 책임을 따지지 않겠다는 ‘봉합’에 불과하다. 계엄으로부터 나라를 지킨 국민과 대선 후보직 강탈 시도로부터 당을 구한 당원에 대한 배신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당내에서조차 김 내정자를 두고 ‘묻지마 통합’에 동원된 “얼굴마담”이란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정당사 유례없는 정당민주주의 파괴 망동을 저질러 놓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친윤계는 물론 그들에 굴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김 후보 역시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불법계엄을 ‘계몽령’이라 호도하며 책임을 모면하려 발버둥치던 내란 세력과 꼭 닮았다. 국민의힘은 국민들이 왜 국민의힘의 사과와 환골탈태 다짐에 기대감을 갖지 않는지 깊이 성찰해야 한다. 통합을 말하면서 봉합으로 덮는 ‘순간 모면용’ 연극이 통하리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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