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철의 알고 싶은 정치]국민의힘은 몰락할 것인가](https://img.khan.co.kr/news/2025/05/12/l_2025051301000289900029221.jpg)
국민의힘은 당장 몰락하지 않는다. 차기 정권에서 혹시 국힘 해산 운동이 벌어질지도 모르지만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국힘을 몰락의 길로 인도하는 건 환경의 변화와 시간의 경과다. 또 그 과정서 민주공화제를 발전시키려 꿋꿋이 걸어 나가는 경쟁 세력의 존재다
심판자는 국민임을 명심하고 보통사람들 견해에 부응하면, 국힘 같은 나쁜 정당 몰락은 ‘한밤의 도적’같이 갑자기 찾아온다
정당은 언제, 어떻게 몰락하는가? 집권 가능성의 사라짐은 물론이고, 정치 전반에 별 영향을 끼칠 수 없는 조직 역량의 고갈과 존재감 소멸의 조건과 요인은 무엇인가?
새삼 왜 이런 물음을 던지는가? 요 며칠 사이 그야말로 기괴한 양태를 드러낸 정당정치를 이제는 추방해야 한다는 규범적 당위 구현에 대한 열망이, 현실의 정치 환경과 조건도 짚어보라는 실천적 사유의 요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작금의 기괴함을 연출한 주인공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친윤석열(친윤)계 지도부 주도로 한국은 물론 전 세계의 현대 민주주의 정당정치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한밤의 대통령 후보 강제 교체 시도 및 무산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나는 이 일을 사고나 촌극이라 하지 않고 사건이라 지칭했다. 우연히 혹은 불가피해서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 분명한 의도를 갖고 감행했다가 실패한 ‘나쁜 작전’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친윤 지도부의 대선 후보 강제 교체 시도가 나쁜 작전임에도 그것을 감행한 의도는 승리-혹은 ‘최소 패배’-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한마디로 득표 경쟁력을 최대한 올리기 위함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승리 가능성을 왜 높이려고 하느냐다. 즉, 무엇을 승리라고 할 것이냐이다. 바로 여기서 ‘대선 후보 강제 교체 시도’를 나쁜 작전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일각의 국민의힘 해산 주장이 당장 실현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타당성을 갖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정당이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정당이라는 조직 자체가 타 정치 세력과의 (특히 선거) 경쟁에서 승리를 거둘 가능성에 바탕해 성립하기 때문이다. 승리를 거둬야 자신이 추구하고 대표하는 사회집단의 이념과 정책을 현실에서 구현할 힘을 가질 수 있다. 이때 승리의 개념은 정당마다 다르다. 집권일 수도 있고, 교섭단체 지위를 획득하거나 캐스팅보트를 확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심지어 국회 의석을 1석이라도 확보해 조직을 존속시키는 것일 수도 있다. 또 자신들의 고유한 이념·정책적 의제의 투입과 관철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정당의 승리 추구를 정당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 그 승리의 개념과 실제 결과가 민주공화제의 유지와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이어야만 한다.
국힘 노림수는 취약한 민주공화제
이번 대선 후보 강제 교체 시도 작전에서 확인한 국민의힘-친윤계 지도부-의 승리 개념과 그것의 달성이 가져올 현실적 결과를 감안할 때, 그들의 의도는 부정적이다. 그들 승리의 개념은 단지 ‘이재명 죽이기’만이 아니다. 비상계엄을 ‘없었던 혹은 중요치 않은 일’로 만들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를 ‘애국 충정의 길’로 정당화하기 위한 자격과 지위의 보유, 즉 ‘합법적일 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수권 세력’이라는 승인이다. 궁극적으로 헌정 파괴 시도마저 무마하고 묵과하는 ‘취약한 민주공화제’이다. 지금의 국민의힘-친윤계-은 취약한 민주공화제여야 살아남을 수 있고, 훗날을 도모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현실적 방법은 40%에 육박하는 지지율과 득표율의 확보, 적어도 향후 집권 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마(魔)의 30% 넘어서기’다. 그래야 조직을 유지할 수백억원 규모 재정 마련도, 지지층의 유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는 그들이 탄핵에 찬성하고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보수 혁신을 요구하는 한동훈·안철수·유승민 등을 주저앉히고, ‘윤석열의 사람’인 김문수와 한덕수로 선택지를 좁혔던 데서, 그중에서도 득표 경쟁력이 더 낫다고 여겨진 한덕수를 대선 후보로 내세우려고 한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 김문수가 다시 후보로 확정된 이후, 즉 대선 후보 강제 교체 작전이 무산된 이후 급속히 김문수-한덕수 화해 및 통합 무드를 조성하며 단일화 효과를 이어가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이 일련의 과정의 백미는 윤석열의 김문수 지지 표명이다.
헌정 파괴를 기도하고 옹호한 세력이 대선에서 3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다면, 그것이 갖는 정치·사회적 의미는 그야말로 막대하다. 늘 붕괴 위협에 노출될 파괴의 힘을 내장한 민주공화제, 그래서 방어하는 측과 공격하는 측 간의 갈등과 대립이 계속 이어지면서 극심한 피로와 냉소를 낳는 민주공화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공화제가 그 취지와 달리 만인의 자유와 평등을 전제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정치·사회적 공동체라고 보기 어려운 질서가 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헌정 수호 세력이 실제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느냐 여부를 떠나 ‘압도적 정권 교체’를 구호로 내세운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특히 친윤계의 몰락은 민주공화제의 취약함을 해소하는 하나의 길일 수 있다. 나는 12·3 사태 직후 “결국 문제는 국민의힘이다”(<김윤철의 알고 싶은 정치> 2024년 12월18일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국민의힘이 ‘사멸 정당’의 길을 걸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 변함은 없다.
하지만 문제가 남아 있다. 아직은 국민의힘-친윤계-이 몰락의 길을 가지 않기 위해 혹은 지연하기 위한 나름의 역량을 보유·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당은 몰락을 피하기 위해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세 가지 역량이 필요하다. 첫째,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정치적·조직적 대안을 동원할 수 있는 능력이다. 둘째, 자신에게 불리한 갈등을 새로운 갈등 축으로 대체할 수 있는 능력이다. 셋째, 유권자 편성을 새로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정당의 몰락은 이 세 가지 역량이 고갈된 끝에 존재감이 희미해진 결과다. 거대 주요 정당이었다 해도 몰락한 정당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영국의 자유당과 일본의 사회당이다. 이들은 세 가지 역량을 상실해 몰락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곱든 밉든 약화 조짐에도 불구하고 그 역량이 아직 고갈되지 않았다.
국힘 역량이 아직 고갈되진 않아
첫째, 반이재명 정서를 동원하며 경쟁 세력을 악마화하고 자신을 ‘유일한’ 보수의 정치적 대표로 내세울 자원 역량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인 주류 보수언론과 분파화된 검찰·경찰 등의 권력 기구가 여전히 그들을 호위하고 있다. 노골성은 잦아든 것 같지만, 내란 수사의 완만함과 소극적 보도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대통령 불소추 특권의 적용 예외 가능성마저 거론하며 재생산하고 있다. 개혁신당-이준석이 존재하지만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19대 대선 때의 국민의당-안철수(21.41%)와 바른정당-유승민(6.76%)처럼 ‘보수 분화-혹은 분열-효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다. 또 그런 효과를 낼 분열의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둘째, 헌정 체제 수호 대 파괴라는 갈등 축을 ‘이재명-독재 vs 반이재명-민주’라는 축으로 대체하고 있다. 또 ‘친중(친북) vs 반중(반북)’ 축도 동원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세론을 키워가고 있고 정권 교체 여론이 우세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에서는 물론, 중도층에서조차 30% 이상이 여전히 정권 유지와 국민의힘을 선호하고 지지한다. 대선에 패배해도 버틸 수 있는 밑천이 남아 있는 셈이다.
셋째, 대구·경북 지역을 비롯한 전통적 보수 유권자층에 더해 ‘광장 우파’(극우로도 불리는 유권자층)가 결합해 있다. 이를 통해 이탈한 2030세대 및 중도(보수)층을 보충하고 있다. 정권 재창출에는 못 미치겠으나 패배의 크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 대선 후보로 최종 확정된 직후 김문수가 이들과 함께할 것임을 천명한 이유다. 광장 우파는 윤석열 대통령 파면 결정 후 열기를 식히며 ‘정중동’ 행보를 취하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후임으로 계파색이 옅은 당내 최연소 의원(35세) 김용태를 내정했다. 2030세대에 지지를 호소하기 위함이다.
국민의힘은 당장 몰락하지 않는다. 차기 정권에서 국민의힘 해산 운동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예정대로 적법한 절차를 거쳐 대선을 치렀다면, 또 실제로 30% 이상 지지를 받았다면 특히 그렇다. 설사 법적 해산이 가능하다 해도 그 비용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차기 정권의 국정운영에 큰 차질을 가져올 정도의 혼란과 갈등을 수반할 공산이 크다.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강제 교체 파동을 두고 “가만히 있으면 상대방이 자빠진다”고 했다. 표현이 거칠지만 원리적으로는 타당하다. 영국 자유당과 일본 사회당 같은 정당이 몰락한 것은 경쟁자의 공격이나 그들의 몰락을 원하는 사람들의 운동 때문이 아니다. 스스로 환경 변화 역량을 고갈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정 파괴 세력을 몰락의 길로 인도하는 것은 그들이 기대고 있는 환경의 변화이며, 그것이 전개되는 시간의 경과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보다 뛰어난 환경 적응력-혹은 통제력-을 선보이며 민주공화제를 발전시키기 위한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걸어나가는 경쟁 세력의 존재다. 이들이 ‘심판자’는 싸우고 경쟁하는 자기들이 아니라 ‘국민’임을 명심하고, 정치·경제적 안정과 살림살이의 나아짐을 중시하는 다수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견해에 부응해간다면, 지금의 국민의힘 같은 나쁜 정당의 몰락은 ‘한밤의 도적’같이 갑자기 찾아온다.
![[김윤철의 알고 싶은 정치]국민의힘은 몰락할 것인가](https://img.khan.co.kr/news/2025/05/12/l_2025051301000289900029222.jpg)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로, ‘세계와 시민’ ‘정치의 인문학적 탐색’ 등의 과목을 가르친다. 참여사회연구소 부소장, ‘시민과 세계’ 편집위원,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 노회찬정치학교 교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는 한국선거학회장으로 활동한다. <정당> <헬조선 3년상> 등의 저서와 ‘노동존중 정치와 노회찬의 6411정신’ ‘한국 불평등 민주주의의 정치사적 기원’ 등의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