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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간 것인가, 쫓겨난 것인가

입력 2025.05.12 20:21

공장을 철거한다고 해서 급히 옥상으로 올라갔다.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 박정혜씨 이야기다. 21일이면 고공농성한 지 500일이 된다. ‘또 고공농성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했다. 정혜씨는 지난해 1월 철거업자들이 들이닥치고 더는 버틸 곳이 없자 새벽에 짐을 챙겨 옥상으로 올라갔고 계단 입구에 쇠사슬을 걸어 고립시켰다. “이렇게 내몰리듯 쫓겨날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들은 옥상으로 올라간 것인가, 옥상으로 쫓겨간 것인가.

2022년 10월 이 공장에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회사는 한 달 만에 청산을 결정했다. 2003년 구미국가산업단지 외국인투자전용단지에 입주하면서 50년간 토지를 무상으로 임대받았고 법인세, 취득세 등 세제 감면 혜택을 받은 회사다. 화재 보험금 1300억원가량도 알뜰하게 받아갔다. 회사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니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외국인 투자 기업으로 니토덴코는 지난해 초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물량을 다른 자회사인 한국니토옵티칼 평택공장으로 이전했다. 정혜씨 등 해고노동자 7명의 요구도 한국니토옵티칼로 고용승계를 해달라는 것이다. 니토덴코는 두 자회사는 별개 법인이라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 니토옵티칼이 고공농성 이후 신규 채용한 인원만 87명이지만 물량은 이전해도 노동자의 고용승계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의 문제다. 각종 혜택을 받으면서도, 고용과 지역경제에 대한 책임 규정은 미흡하고 ‘먹튀’를 방지할 장치도 부족하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20년간 누적 매출은 7조7000억원, 일본 본사로 송금된 것만 6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철저히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자본의 모순이다. 또 다른 고공농성장 한화오션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화오션의 올해 영업이익은 73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업이 호황기에 들어섰지만 한화오션은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이윤을 나누는 일에는 인색하다. 불황기에 삭감한 연간 600여만원의 상여금을 복원하기 위해 김형수씨는 한화오션 본사 옆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최근 산업은행이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주가는 하락세를 띠었다. 산은이 한화오션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약 12조원으로 추산된다. 산은 지분 매각 소식만으로도 주가가 흔들리는 회사, 정부가 어렵게 살린 회사라는 뜻이다. 이렇게 살려낸 회사들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을 언제까지 봐야 할까. 정부도 지원해줄 때 고용에 대한 조건을 걸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부가 자본을 제어하지 않을 때 노동자들이 막다른 골목에 들어서면 택할 수 있는 게 고공농성뿐인 사회라면. 다른 데 가서 일하라고 쉽게 말하지 말자. 부당하다고 말하기 위해 어려운 싸움을 하는 이들에게 돌을 던지지 말자. 이들의 싸움이 법 사이의 성근 틈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다면 우리가 이들에게 빚지는 것일지 모른다. 6·3 대선이 코앞이다. 대선 후보들이 이들 앞에 나서 성긴 법을 바꾸겠다고 약속할 수 있도록 우리 먼저 이들에게 냉소하지 말아야 한다.

임아영 정책사회부 차장

임아영 정책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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