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호소 3개월 만에 신속 입국…남아공 “특권 누려, 거짓말”
사실상 모든 난민의 입국을 거부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들을 신속하게 난민으로 받아들여 논란이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오전 남아공의 네덜란드계 백인 정착민 후손인 아프리카너 49명을 태운 미국 정부 지원 전세기가 미국 워싱턴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아프리카너들은 흑인 정부로부터 인종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남아공 정부가 최근 발표한 민간 소유 토지 국가 수용 정책이 아프리카너들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될 것이라고 봤다. 이 토지수용책은 과거 아파르트헤이트(백인 정권의 유색 인종 차별 정책) 기간 백인들이 흑인의 토지 소유권을 박탈해, 현재 인구의 7%에 불과한 백인들이 전체 토지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남아공에 대한 미국의 모든 지원을 중단하고 아프리카너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보통 난민 신청 절차는 수년이 걸리지만 아프리카너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3개월 만에 미국으로 향하게 됐다. 최근 트럼프 정부는 수단·콩고민주공화국 등 분쟁 지역에서 피난 온 이들의 난민 입국을 전면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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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아공 정부는 “오히려 아프리카너가 가장 경제적으로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아프리카너는 남아공 정부의 주요 요직에 앉는 등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남아공 정부는 토지수용책과 관련해서도 아직 민간 소유 토지 몰수 사례는 없으며 엄격한 조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정부가 토지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권단체 등은 “취약한 사람들을 위해 고안된 시스템을 조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왜 전쟁과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국가 출신의 사람들보다 아프리카너가 우선순위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8000명 이상의 아프리카너가 난민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