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별 세부 공약 분석
이 “국방 문민화” 김 “사법방해죄 신설”…외교안보·노동 분야에서도 ‘극과 극’ 정책
이준석 “부처 통폐합해 효율 정부”…권영국 “부유세 신설, 노동자 작업중지권 보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대선 10대 공약 중 정치·검찰·사법개혁 의제에서 극명하게 갈렸다.
이 후보는 대통령 계엄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 3군 참모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검찰 수사·기소 분리 등을 제안했다. 김 후보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 선관위 감사원 감사 허용, 반국가세력 대응 역량 회복 등을 내세웠다. 이 같은 두 후보의 뚜렷한 대조는 12·3 불법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윤 전 대통령 내란 혐의 수사 과정 등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10대 공약 중 2순위로 “내란 극복과 K민주주의 위상 회복으로 민주주의 강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세부 공약으로 “대통령 계엄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겠다”며 국회의 계엄해제권 행사에 대한 제도적 보장 강화를 내세웠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권한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범으로 체포·구금된 국회의원도 본회의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들을 제출했고, 현재 계류돼 있다.
이 후보는 검찰 수사·기소권을 분리하고,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통제를 강화해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고 공약했다. 특히 비위 검사 대상 실질적 제재 수단으로 검사 파면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검사징계법상 검사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 등의 징계만 받는데 파면까지 포함해 검사 제재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정부에서 정치 중립 논란에 휩싸였던 감사원에 대해서도 감사 개시와 고발 여부 결정 시 감사위원회 의결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내부 감찰 기능을 담당할 내부 감찰관을 외부 인사로 임명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 후보는 군 개혁을 위해 국방 문민화를 공약했다. 또한 3군 참모총장 대상 인사청문회 도입, 군 정보기관 개혁 등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성준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내란 사태의 주동이 된 방첩사(국군방첩사령부)를 비롯한 군 정보기관에 대해서는 반드시 편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사법개혁 방안으로 온라인 재판 제도 도입, 대법관 정원 증원, 국민참여재판 확대,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등을 발표했다.
반면 김 후보는 10대 공약 중 9순위로 “‘특권을 끊는 정부, 신뢰를 세우는 나라’를 구현하겠다”며 검찰과 감사원 등 주요 권력기관의 권한을 보장하거나 강화하는 공약을 발표했다.
김 후보는 특히 형법상 사법방해죄를 신설, 정치 권력을 이용해 수사나 재판을 방해하는 행위를 막겠다고 공약했다. 허위자료 제출, 증인 출석 방해 등 수사·재판 절차를 막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이 후보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검사들을 탄핵소추하고, 재판을 고의로 지연시켰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감사원 권한 강화도 공약했다. 전 정부 부처와 17개 시도, 주요 공공기관 등에 감사원 감사관을 파견하겠다는 내용이다. 감사원법을 개정해 선관위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허용하겠다고 했다. 선관위 자체 감사로 한계가 있으니 외부기관의 감사를 도입하겠다는 취지다.
김 후보는 또한 대공수사권을 국가정보원에 환원하고, 반국가세력 대응 역량을 회복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보 유출, 여론조작, 심리전 등에 체계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가사이버안보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폐지하겠다고 했다. 검찰 관련 공약은 10대 공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후보와 김 후보는 외교안보 분야에서도 상반된 정책을 보였다. 이 후보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나 전시작전권 환수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 후보는 전술핵 재배치나 핵잠수함 개발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노동 분야에서 이 후보가 포괄임금제 금지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제시했다. 반면 김 후보는 노사 합의로 주 52시간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두 후보의 의료개혁과 지역균형발전 공약은 유사한 방향성을 보였다. 이 후보가 국민참여형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국민이 원하는 방향의 의료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김 후보도 의료개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국회의사당과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세종시에 건립하겠다는 약속에도 목소리를 같이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부처 통폐합을 통해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현행 19개 부처 중 유사·중복 업무를 하는 부처를 통폐합해 13개로 개편하고, 안보·전략·사회부총리 등 3부총리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청년들을 위해서는 용도 제한 없이 1분기당 500만원, 총 최대 5000만원 한도로 연 1.7% 고정금리가 적용되는 대출 상품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세금 정책에서 다른 후보들과 차별되는 공약을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에서의 ‘부자감세’를 원상복구하고, 상속·증여세는 90% 인상하며, 순자산 기준으로 부유세를 신설하겠다는 내용이다. 노동자 작업중지권 보장 등 진보적인 노동 정책들도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