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상환 네이버 D2SF 센터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네이버 D2SF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0주년 소감을 밝히고 있다.
“2016년 퓨리오사AI를 처음 만났을 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만든다는데, 5장짜리 장표 외에 설계도도 없었어요. 투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멘붕’이었죠. (중략) 그때부터 8년간 함께 고생했어요. 그리고 얼마 전 퓨리오사AI는 (메타의 인수 제안을) 시원하게 걷어차 버렸습니다.”(웃음)
네이버의 스타트업 양성조직 ‘네이버 D2SF’의 양상환 센터장이 주목받는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와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말했다. 13일 서울 서초구 네이버 D2SF 사무실에서 열린 10주년 기념 미디어 라운드 테이블에서다. D2SF는 법인 설립도 전인 예비창업 단계에 퓨리오사AI에 5억원을 투자한 이후 ‘기업가치 1조원’을 바라보는 현재까지 협력과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네이버 D2SF의 스타트업 발굴·육성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이날 D2SF에 따르면 2015년 5월 문을 연 이후 10년간 국내 테크 스타트업 115곳을 발굴·육성했으며 누적 기업가치는 5조2000억원, 생존율은 96%에 달한다. 투자 분야는 AI부터 로봇, 헬스케어 등 다양하다.
양 센터장은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나 플랫폼 기업 외에 ‘유니콘’이 탄생하기 어려운 한국 환경에서 기술 기업만 모여 이 정도 기업 가치를 만들어낸 것은 의미심장한 지표”라며 별도 법인이 아닌 내부 조직(기업형 벤처캐피탈)으로 출발, 당장의 재정 자립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함께 성장하는 데 집중한 것을 비결로 꼽았다. 퓨리오사AI는 D2SF와 함께 성장한 대표적인 사례다.
네이버 D2SF의 전략은 스타트업 육성을 넘어 네이버와 스타트업이 함께 ‘윈윈’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스타트업들은 네이버 투자로 기술 역량을 키우면 네이버는 이들과의 기술적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얻는 것이다.
물류 스타트업 테크타카, AI 기반 실시간 모션캡처 기술 스타트업 무빈이 그 예다. 네이버는 최근 쇼핑앱을 별도 출시하고 당일배송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온라인 쇼핑 분야에 힘을 쏟고 있는데, 테크타카가 배송 서비스의 핵심인 물류를 맡고 있다. 무빈은 네이버의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과 협업 중이다. 양 센터장은 “D2SF가 투자한 기업 중 64%는 네이버와 구체적인 시너지를 내고 있고, 이 중 3건은 인수·합병(M&A)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AI 시대를 앞둔 지금, 네이버 D2SF의 다음 스텝은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다. 양 센터장은 “지금 한국에서 사업하는 스타트업이 가장 잘 성장했을 때 최대치가 네이버”라며 “한국에서 잘 발굴하고 키우는 게 한국 자본의 역할이라면 글로벌 성장을 위한 연료는 밖에 있다. 결국 더 큰 시장과 자본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D2SF는 지난해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D2SF US’를 세웠다.
다만 글로벌 지원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양 센터장은 “아직은 준비 단계라 앞으로 천천히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