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결정 이스라엘 배제···미·이 관계 ‘흔들’
트럼프 중동 3개국 순방서도 이스라엘 빠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로부터 석방된 이스라엘 미국 이중국적자 인질 에단 알렉산더가 12일 (현지시간)이스라엘의 한 장소에서 가족들과 재회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584일간 인질로 잡고 있던 미국 이중국적자 이스라엘 군인 에단 알렉산더를 석방했다. 이번 인질 송환 결정이 이스라엘을 배제하고 내려지자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미국과의 동맹 유지에 대한 우려와 나머지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목소리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2일 오후 7시쯤(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국제적십자사(ICRC)의 정보에 따르면 알렉산더가 적십자사에 인계됐다”고 밝혔다. 알렉산더는 적십자사에 인계된 후 텔아비브의 한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러한 결정은 이스라엘을 우회한 미국과 하마스의 협상에 따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2일 SNS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중재자인 카타르 및 이집트의 노력으로 선의의 결정을 끌어냈다”며 “잔혹한 전쟁을 종식하고 살아있는 인질과 유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돌려보내기 위한 것”이라고 환영 메시지를 냈다. 하마스는 “휴전을 성사시키고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구호품과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알렉산더를 석방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알렉산더의 석방에 대해 어떠한 양보도 하지 않았으며 알렉산더가 귀환할 수 있도록 ‘안전한 통로’를 만드는 것에만 동의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대사 등과 만난 후 “하마스와 휴전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13일 중재국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 대표단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다만 “협상은 교전 속에 이뤄질 것”이라며 군사작전의 중단에 관해서는 선을 그었다.
알렉산더의 석방 협상에서 이스라엘을 배제하고 동맹국들과 논의하는 등 최근 미국의 주요한 외교적 결정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에서의 위태로움을 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할 예정이다. 이스라엘은 이번 트럼프의 순방국에서 빠졌다.

미국 뉴저지 힐스데일에서 온 에이미 리버만이 에단 알렉산더를 태운 호송대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남부 가자 국경 근처 라이의 육군 기지로 도착하자 깃발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알렉산더의 석방 이후 이스라엘 텔아비브 광장에서는 나머지 인질들의 송환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전쟁에서 실종된 이들 및 인질의 가족들이 모인 단체는 “이스라엘 대표단이 회담을 위해 카타르에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남은 인질들을 돌려보내고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발표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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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내부에서도 인질 전원 석방을 전제로 한 전쟁의 종결에 동의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이스라엘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인질 전원을 석방하고 전쟁을 종식하는 합의안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전쟁에 반대하는 여론과 달리 무장 투쟁의 지속을 원하는 극우 정당의 지지가 필요한 네타냐후 총리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가자지구에는 인질 58명이 인질로 잡혀있으며 20여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