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후보 교체 파동에 일정 못 잡아
선거운동 시작 후엔 현실적 어려움 겹쳐
이준석·권영국 등 다른 주요 후보도 빠져

왼쪽부터 차례대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한수빈·성동훈 기자, 사진공동취재단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 경제계에서 어김없이 열리는 행사가 있다. 경제단체가 주최하는 대선 후보 초청 간담회, 강연회, 토론회 등이다. 이 자리에서 대선 후보는 경제·산업 의제에 대한 정견을 밝히고 재계 인사들은 각자의 제안을 전달해왔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선 김문수·이준석·권영국 대선 후보는 이 같은 행사의 ‘초청 티켓’을 받지 못했다. 지난 8일 이재명 대선 후보를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던 재계가 왜 나머지 후보는 ‘패싱’했을까. 나름의 속사정이 있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이들 경제5단체는 향후 대선 후보를 초청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지 않다. 경제5단체가 21대 대선에서 대선 후보를 초청한 행사는 지난 8일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간담회가 유일하다. 이 자리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손경식 경총 회장, 류진 한경협 회장, 윤진식 무역협회 회장, 최진식 중견련 회장을 비롯해 삼성·현대자동차·롯데 측 임원 등 300여명의 기업인이 참여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21대 대선에서 재계는 이재명 대선 후보만 초청해 정견을 들은 셈이 됐다.
재계는 왜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나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와의 행사는 건너뛰려는 것일까.
경제단체들은 국민의힘 후보 교체 내홍과 선거법을 이유로 든다. 대한상의 한 관계자는 “여야 대표 및 비대위원장실에 초청 공문을 모두 보냈다”면서 “다만 국민의힘의 경우 당내에서 (후보 교체) 이슈가 터져 후보 측에서 날짜를 정하지 못한 채로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운동 기간에는 선거법상 모든 후보를 한 자리에 불러 모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준석 후보 측과도 협의를 해왔지만 일정이 맞지 않아 성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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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는 그간 대선 때마다 3~4명의 대선 후보를 초청해 강연회나 간담회를 주최해왔다. 20대 대선 때인 2022년 2월엔 윤석열·이재명·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를 차례로 초청해 특별강연이나 정책대화, 간담회를 열었다. 19대 대선 때인 2017년 3~4월엔 문재인·홍준표·안철수·심상정 당시 대선후보 특별강연을 잇따라 개최했다.
재계의 김문수·이준석·권영국 후보 초청 ‘생략’은 결과적으로 불법계엄과 탄핵, 국민의힘 내홍에 힘입은 ‘1강 구도’ 대선의 한 풍경이란 평가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 초청만 무리없이 성사된 건 양당의 대선 준비 상황이 그만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