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U 결함, AEB 미작동 주장 모두 배척
원고 측 “이해하기 어려워” 항소할 것

춘천지법 강릉지원 전경. 경향신문 자료 사진
지난 2022년 12월 강원도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 이도현(당시 12세)의 할머니 A씨와 가족이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차량 제조사의 손을 들어줬다.
페달 오조작에 따른 사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차량 결함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박상준 부장판사)는 13일 차량 운전자인 A씨(68)와 이군의 유족이 차량(티볼리) 제조사인 KG모빌리티를 상대로 제기한 9억2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와 유족은 해당 사고가 “전자제어장치(ECU)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해 급발진이 발생했으며 급가속 시 자동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AEB)이 작동하지 않아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원고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함께 사고 전 마지막 5초 동안 가속페달 변위량이 100%로 나타난 사고기록장치(EDR)기록의 신뢰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가소페달 변위량은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얼마나 밟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사고 당시 A씨가 운전한 티볼리 차량이 굉음을 내며 급가속 주행을 시작한 뒤부터 최종 충돌 시점까지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았으며, 점등 방식도 ECU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제조사 측 주장을 인용한 것이다.
재판부는 “EDR의 사고 전 운행기록이 저장되는 과정을 비춰보면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설령 전자제어장치(ECU)결함으로 잘못된 주행명령을 내린다 하더라도 그런 오류가 가속페달 신호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고가 가속페달을 제동페달로 오인해 제동페달 대신 가속페달을 밟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여 이 사건 사고가 ECU결함으로 인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이군의 아버지 이상훈씨는 이날 선고가 끝난 뒤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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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이번 판결은 피해자가 아닌 기업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며 “절대 이대로 무너지지 않고, 항소해 제조물 책임법 개정을 위한 도화선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앞서 A씨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를 벌였던 경찰은 지난 2023년 10월 ‘기계적 결함은 없고,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감정 결과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