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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어버린 ‘보수의 심장’

입력 2025.05.13 18:17

수정 2025.05.1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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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3일 대구 수성구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기 전 하트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성동훈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13일 대구 수성구 대구시당에서 열린 대구경북 선대위 출정식 및 임명장 수여식에서 인사말을 하기 전 하트를 만들어보이고 있다. 성동훈 기자

6·3 대선 초입에 후보들이 이례적으로 대구에서 격돌했다.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13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김문수,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대구 유세에 나섰다. ‘국민통합 대통령’ 명분을 더하려는 이 후보, 보수 민심을 다잡으려는 김 후보, 보수정치 세대교체 토대를 놓으려는 이준석 후보의 욕망이 부딪쳤다. 윤석열 파면으로 열린 대선에서 예전 같지 않은 대구 민심을 짐작하게 한다.

대구를 ‘보수의 심장’이라고 한다. 한국 정치사에서 대구·경북이 오래도록 보수정당의 강력한 기댈 언덕이 돼온 때문일 것이다. 보수의 심장이라기보다 보수정당의 산소호흡기 같은 곳이었다.

과거 대구는 ‘혁명’의 도시였다. 1946년 10월 대구폭동이 해방공간 첫 좌익 봉기인 데서 보듯 좌익·혁신계의 성지와도 같았다. 일제강점기부터 ‘조선의 모스크바’로도 불렸다. 한국전쟁 후 3대 총선에서 여당 자유당이 단 한 명의 당선자를 내지 못한 곳도, 2년 뒤 대선에서 진보당 조봉암 후보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표를 모은 곳도 대구였다. 대구가 바뀐 것은 5·16 군사정변 이후였다. 박정희·김대중이 맞붙은 1971년 대선에서 국회의장 이효상은 “(경상도) 문디가 문디 안 찍으면 우짤끼고?”라며 “경상도 정권”을 선동했다. 전두환·노태우까지 이 지역 출신 대통령이 반세기 집권하는 동안 ‘권력 성지’라는 대리만족 환상이 대구를 지배했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렇게는 안 해.” 이번 대선 경향신문 르포를 통해 만난 보수의 심장은 식어 있었다. 안 그래도 윤석열의 비상계엄 망동으로 큰 상처를 입었는데, 국민의힘 후보 교체 파동은 최소한의 지지 의욕조차 꺾은 듯했다. 표심은 ‘그래도 미우나 고우나 국힘’이라는 반응, ‘이번엔 안 찍는다’는 기권, ‘차라리 이재명’의 세 갈래로 흩어졌다고 한다.

보수의 심장이 다시 뛰려면, 보수정치를 강제 쇄신할 분노와 용기가 있어야 한다. 지금 상황은 가치와 사람을 키우며 제대로 된 보수정치를 요구하기보다 ‘국민의힘=보수정치’에 안주한 결과이다. 그사이 중도층에 소구할 만한 보수정치 인재들은 ‘배신자’ 딱지를 붙여 싹을 밟아버리지는 않았는가. 멸종한 초식공룡과도 같은 보수정당의 산소호흡기는 이번 대선부터 떼어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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