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정에 선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대법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10·26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사형 집행 45년 만에 김 전 부장에 대한 재심이 열리게 됐다.
13일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서울고법의 재심 개시 결정에 불복한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앞서 지난 2월19일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김 전 부장의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에 대한 재심을 개시하기로 했다. 유족이 재심을 다시 청구한 지 5년, 1980년 김 전 부장이 사형당한 지 45년 만이다.
재판부는 재심을 결정하며 법정에서 확인된 자료와 증언들이 김 전 부장이 당한 가혹행위를 뒷받침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수사관들이 김 전 부장을 수사하면서 수일간 구타·전기고문 등을 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며 “이는 인신구속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피고인에 대해 폭행·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폭행·가혹행위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1980년에 이은 두 번째 재심 청구지만, 과거 제대로 명시되지 않았던 청구 사유를 다시 살필 필요도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소의 기초가 된 수사에 관여한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됐음에도 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완성돼 확정판결을 받을 수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재심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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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서울고법의 재심 개시 결정 6일 만인 지난 2월25일 재판부에 즉시항고장을 냈다. 당시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과 역사성 등에 비춰 재심 개시 여부에 대해 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같은 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6개월 만인 이듬해 5월 사형이 집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