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탄식이 없는 자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X

  • 이메일

보기 설정

글자 크기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컬러 모드

  • 라이트

  • 다크

  • 베이지

  • 그린

본문 요약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탄식이 없는 자

입력 2025.05.13 20:20

[송혁기의 책상물림]탄식이 없는 자

<사기(史記)>에서, 한고조 유방으로 진시황의 뒤를 잇지 않고 굳이 그 사이에 ‘항우본기’를 넣은 것은 사마천의 독특한 역사 서술 방식 때문이다. 같은 시기를 다룬 반고의 <한서>에서 항우를 본기는커녕 세가도 아닌 열전에 포함한 것과 대비된다. 본기에 올렸다고 해서 항우를 높이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사마천이 ‘항우본기’ 서술에 그 어떤 편보다도 공력을 더 들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산을 뽑는 힘과 세상을 덮는 기세를 지녔다는 영웅 항우. 그 강렬하면서 비극적인 서사에 걸맞게 사마천의 붓끝 역시 장대하고 아름답다. 현장을 목격하기라도 한 것처럼 세세한 배경과 대화의 묘사 속에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심리가 살아 움직인다. 의도적으로 반복 배치한 글자와 앞뒤에서 조응하는 구절에 치밀한 복선 구조까지, 뜯어볼수록 놀랍다.

겹치는 시기의 ‘고조본기’와 함께 읽으면 같은 사건에 대한 다른 시각을 볼 수 있고 한쪽에서 언급만 하고 넘어간 부분이 다른 쪽에서 상세히 조명돼 퍼즐 맞추듯 흥미를 돋우기도 한다.

항우와 유방이 부딪치는 장면들에서는 물론이고, 비슷한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별개로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둘의 대비되는 성향이 포착된다. 거사를 일으키기 전 어느 날, 진시황의 성대한 행차를 보면서 한 말에서도 그렇다.

항우는 대뜸 “저 자리, 내가 대신 차지할 수 있겠구나!”라고 큰소리쳤다. 같은 상황에서 유방은 감개무량한 듯 크게 탄식하며 혼잣말을 내뱉는다. “아아! 대장부라면 모름지기 이래야 하는데!”

어떤 자리에 대한 선망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건강한 에너지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항우와 유방의 말에 담긴 뜻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다만 항우에게는 유방과 같은 탄식이 없었다.

탄식은 성찰과 숙고에서 나온다. 한때 가장 많은 것을 가졌던 용맹한 영웅 항우는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는 오만으로 인해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반면 약점 많고 야비한 면까지 있던 유방은 자신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남의 힘을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끝내 야망을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성찰과 숙고의 자세라는 작은 차이가 만들어낸 하늘과 땅 사이의 거리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경향신문 홈으로 이동
뉴스레터 구독
닫기

전체 동의는 선택 항목에 대한 동의를 포함하고 있으며, 선택 항목에 대해 동의를 거부해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보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보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뉴스레터 구독
닫기

닫기
닫기

뉴스레터 구독이 완료되었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닫기

개인정보 이용 목적- 뉴스레터 발송 및 CS처리, 공지 안내 등

개인정보 수집 항목- 이메일 주소, 닉네임

개인정보 보유 및 이용기간-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단, 관계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보존할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기간 동안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습니다.
그 밖의 사항은 경향신문 개인정보취급방침을 준수합니다.

닫기
광고성 정보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의 새 서비스 소개, 프로모션 이벤트 등을 놓치지 않으시려면 '광고 동의'를 눌러 주세요.

여러분의 관심으로 뉴스레터가 성장하면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매체처럼 좋은 광고가 삽입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한 '사전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광고만 메일로 나가는 일은 '결코' 없습니다.)

닫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