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인사 380여명 공개서한

미국 여배우 수전 서랜던이 지난해 2월15일 워싱턴 국회 의사당 앞에서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칸국제영화제 개막 앞두고 발표
배우 리처드 기어·수전 서랜던 등
지난해 홀로코스트 다룬 영화로
아카데미상 받은 글레이저 감독도
13일(현지시간) 칸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전 세계 영화인들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영화계가 침묵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유명 배우와 감독 등 영화계 인사 380여명은 12일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에 공개된 서한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제노사이드가 벌어지고 있는데 침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예술가이자 문화 활동가로서,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이 자행되고 이 끔찍한 소식이 우리 공동체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지금,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며 “억압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보호하기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우리 직업이 무슨 의미가 있나. 왜 이렇게 침묵하고 있나”라고 영화계를 질타했다.
리처드 기어, 수전 서랜던, 마블의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헐크 역할을 맡았던 마크 러펄로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와 하비에르 바르뎀, 페드로 알모도바르 등 스페인 배우 및 감독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규탄하는 서한에 이름을 올린 영화계 인사들. 왼쪽부터 리처드 기어, 마크 러펄로, 조너선 글레이저 감독. 연합뉴스
<슬픔의 삼각형>으로 2022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스웨덴 감독 루벤 외스틀룬드, 지난해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로 아카데미상을 받으면서 수상소감을 통해 가자지구의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던 유대계 영국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도 동참했다.
이들은 공개서한에서 지난달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 사진작가 파티마 하수나에 대한 애도도 표했다. 가자지구에 거주하며 전쟁의 참상을 담아온 하수나의 삶과 작업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이들은 또 서한에서 아카데미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올해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 수상자인 팔레스타인 감독 함단 발랄이 이스라엘군에 구금된 사건에 대해 즉각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던 점도 비판하며 영화계의 각성을 촉구했다.
AMPAS는 발랄의 사건에 대해 명시적인 비판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가 할리우드의 비난에 직면하자 지난 3월 뒤늦게 사과했다.
이스라엘은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기습당한 뒤 가자지구에서 보복 전쟁에 들어갔다.
국제사회에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민간인 공격, 점령과 강제이주 계획이 제노사이드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