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논쟁 현안 해결엔 짧아
“대화 진전 없다면 복원 우려”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을 90일간 일시 휴전하고 관세를 대폭 인하하기로 12일(현지시간) 합의했으나 고율 관세 유예가 잠정 조치인 데다 품목별 관세 등 현안이 산적해 있어 협상 타결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관세 인하 합의에 “완전한 리셋”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중국의 시장 개방 약속을 가장 큰 성과로 꼽으면서 “중국은 모든 비관세 장벽을 유예하고 철폐할 것이라고 동의했다. 이를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협상 결렬 시 대중국 관세가 145% 수준으로 다시 인상될 수 있느냐는 질문엔 “아니다. 그것은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이다. 아무도 물건을 사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30%로 낮아진 대중 관세가 협상 상황에 따라 “상당한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도 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과의 전반적인 디커플링을 원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전략적 필수품을 위한 디커플링”이라고 말했다. 품목별 관세가 부과된 철강·알루미늄이나 향후 부과될 예정인 의약품, 반도체 등의 경우엔 미국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를 하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고율 관세 유예 기간이 90일이라는 점에서 이번 합의는 미봉책이며 향후 협상 추이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당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이날 성명에서 “특정 기간의 관세 유예는 영구적인 해법과는 매우 다르며 대화에 진전이 없으면 관세가 복원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커틀러 부회장은 합의 적용 기간인 90일에 대해 “미·중 간에 남은 다양한 논쟁적인 무역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극도로 짧은 시간”이라며 미·중 대화가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상호관세 관련 협상을 하는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로리 대니얼스 ASPI 중국분석센터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의 접근은 중대한 약속과 변화를 수반하는 크고 획기적인 합의를 추구하는 것이지만 현재 미·중관계에선 점진적이며 신뢰를 구축하는 접근이 장기적으로 더 안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부터 중국발 소액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의 120%에서 54%로 인하하고 최소 수수료는 100달러로 유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이날 서명했다. 지난달 3일 트럼프 대통령은 800달러 미만 수입품에 관세를 면제해주던 ‘최소 기준 제도’를 5월2일부터 폐지하고 30%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지난달 초 미국은 소액 소포 관세율을 30%에서 120%로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