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공약 등 이어갈 것”
김문수, 캠프 인사 흡수 과시
이준석은 미국행 배웅 ‘구애’
홍 “내 역할은 없다” 선 그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탈락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사진)의 지지를 얻으려는 여야 주요 대선 후보들의 각축이 치열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신당은 국민의힘을 탈당한 홍 전 시장이 자신들을 도울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홍 전 시장 지지세가 높은 2030 청년층 표심을 흡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홍 전 시장은 13일 “이번 대선에서 내 역할은 없다”고 말했다.
홍 전 시장 지지 모임인 ‘홍준표와 함께한 사람들’(홍사모) 회장단은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민주당 후보 지지 선언문을 발표했다. 신영길 홍사모 회장은 “대한민국이 분열을 넘어 통합으로 나아가야 하는 길, 대전환의 길목에서 대한민국을 선진 대국으로 이끌 정치인은 이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 ‘낭만의 정치인 홍준표를 기억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규제 혁신·첨단기술 투자 확대·좌우 통합정부 등 홍 전 시장 공약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솔직히 이번 대선에서 제게는 홍 선배님 같은 노련한 정치가가 가장 부담스러운 상대였다”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홍 전 시장의 미국행을 배웅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 전 시장에 구애했다. 그는 MBC라디오에 출연해 “제가 간헐적으로 연락을 드리고 있다”며 “홍 전 시장이 며칠간은 휴식기를 가질 것이라고 말씀하셔서 그 이후에 정치적 연락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홍 전 시장 영입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인 소통을 해나가도록 하겠다”며 여지를 뒀다.
민주당과 개혁신당은 홍 전 시장이 국민의힘에 강한 비판을 쏟아내며 탈당한 만큼 자신들과 연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홍 전 시장에게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면 홍 전 시장 지지자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홍 전 시장 지지층에 스윙보터인 2030 청년층이 많다는 점도 고려됐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재명 후보와 홍 전 시장은 삶이나 정치 이력에서 닮은 점이 많고, 다른 차원에서지만 홍 전 시장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호되게 당한 사람 아니냐”며 “홍 전 시장이 우리에게 비우호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개혁신당 관계자는 “홍 전 시장 지지층 상당수가 반이재명 의식이 있기 때문에 80%는 우리한테 올 것”이라며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실망이 많았을 거라 김문수 후보 쪽으로는 가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홍 전 시장 합류를 바라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9일 홍 전 시장이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고 밝혔다가 홍 전 시장이 부인하면서 발표를 철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홍 전 시장 쪽 현역 의원들은 당연히 김 후보를 돕고 있고 실무진도 캠프에 많이 와 있다”고 말했다.
홍 전 시장은 이날 기자에게 “이번 대선에서 내 역할은 없다”며 “대선 끝나면 돌아간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일 미국 하와이로 떠나는 길에 이준석 후보 배웅을 받으며 “이번 대선판은 양자 구도로, 이재명 대 이준석, 두 사람이 잘 한번 해봐라”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페이스북에는 “김문수 후보의 선전을 기대한다”고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