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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지난 12일과 13일 대구 시내 곳곳에서 만난 시민 다수는 아직 표를 줄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수성못에서 만난 대리운전 기사 김모씨는 " 갈라진 보수층의 상처를 아물게 할 사람은 윤 전 대통령밖에 없다"며 "윤 전 대통령이 나서면 25~30% 되는 지지층은 김 후보가 깔고 갈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다만 대선 후보 중 '그래도'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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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 선거도 이래 안 해”…흔들리는 ‘보수의 심장’

입력 2025.05.13 21:32

대선 ‘3강 후보’ 대구 간 날, 민심 들어보니

시민 책에 저자 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집중유세를 마친 뒤 한 시민의 요청에 자신의 저서에 사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시민 책에 저자 사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집중유세를 마친 뒤 한 시민의 요청에 자신의 저서에 사인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parkyu@kyunghyang.com

국힘 ‘후보 교체 파동’에 “실망”
헛짓거리·욕심 등 비판 쏟아내
“그래도 김문수” “이번엔 이재명”
많은 시민들 “아직 못 정했다”

“똘똘 뭉쳐도 시원찮은데 자기들끼리 싸우니, 이재명은 싫지만 이번엔 누구에게도 표를 주고 싶지 않아요.”(직장인 류지영씨·32)

6·3 대선을 20여일 앞두고 지난 12일과 13일 대구 시내 곳곳에서 만난 시민 다수는 아직 표를 줄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역대 주요 선거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 표를 몰아준 대구 민심이 확정되는 속도가 늦어지면서 과거보다 유동적인 상황으로 바뀌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대구·경북(TK) 공략에 나선 것도 이런 민심의 변화를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서도 김 후보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명하는 목소리는 줄어들고 있었다. 동성로에서 만난 류씨는 “골수 ‘빨간색’(국민의힘 상징)인 부모님도 이번엔 국민의힘 안 찍는다고 한다”고 전했다. 대구 경북대 교정에서 휴식을 취하던 40대 주부 A씨는 “마음 가는 후보가 없다”면서 “뽑을 사람이 없다. 난 다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다.

역시 표심을 확정하지 못한 70대 이모씨는 “대구는 실망하면서도 국민의힘을 밀고 또 밀고 했는데, 이제 그 비율은 줄어들고, 진보가 많아진다”며 “아직은 (대구에) 국민의힘 지지자가 많지만 세월이 가면 보수가 이기기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주변 2030 남성들과 함께 평소 국민의힘을 지지해왔다는 김모씨(26)도 “저는 (마음 가는 후보가) 진짜 없다”고 말했다.

이런 대구 민심에는 국민의힘의 이른바 ‘후보 교체 파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김 후보 등록 직전까지 한덕수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를 두고 내부 갈등을 빚은 국민의힘을 질타했다.

A씨는 “당 지도부가 처음부터 한덕수를 밀어주려다 발생한 일이다. 너무 눈에 보이는 쇼 아닌가”라며 “요즘 초등학교 반장 선거도 이런 식으로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들 자기 욕심만 차리다가 국민의힘이 이재명 떠받들어준 셈”이라며 “아이들 보기에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택시기사 김모씨(57)는 “내 나이 60이 다 돼서 처음 본 광경”이라며 “그렇게 판을 깐 지도부가 문제다. 한덕수를 후보로 세울 생각이면 경선에 나오게 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북대 24학번 B씨는 “당 지도부가 ‘바지사장’ 세우려다 안 된 것 아닌가. 제2의 윤석열 느낌”이라며 “헛짓거리하다 시간 다 쓰고, 국민의힘이 또 국민의힘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대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류씨는 “탄핵된 주제에 뭘 나서나”라고 말했다. 택시기사 김씨는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직시하고 그냥 암묵적인 응원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독립유공 선열 참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독립유공자들이 묻힌 대구 국립신암선열공원을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독립유공 선열 참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독립유공자들이 묻힌 대구 국립신암선열공원을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zenism@kyunghyang.com

윤석열 향해 비판 목소리도…이준석 ‘대안’ 거론 드물어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시민도 있었다. 수성못에서 만난 대리운전 기사 김모씨(52)는 “(이번 파동으로) 갈라진 보수층의 상처를 아물게 할 사람은 윤 전 대통령밖에 없다”며 “윤 전 대통령이 나서면 25~30% 되는 지지층은 김 후보가 깔고 갈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다만 대선 후보 중 ‘그래도’ 김 후보를 지지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체로 사법리스크 등에 따른 ‘반이재명’ 정서가 김 후보 지지의 동력이 됐다. 서문시장에서 신발 좌판을 정리하던 50대 상인 김모씨는 “오늘 신발 1개 팔았다. 5월이 성수기인데 경기가 완전 밑바닥”이라면서도 “대구는 결국 안 바뀐다. 이재명만 아니면 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이모씨(70)는 “김 후보가 방송을 타면 이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만난 김모씨(68)는 “한덕수가 총리도 했고, 세계 돌아가는 것도 잘 알아서 표를 더 많이 받았을 텐데”라면서 “그래도 국민의힘을 밀어줘야 한다. 이재명은 죄를 많이 지었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유세 현장에 나온 이복순씨(71)는 “김문수가 안 되면 이 나라는 사회주의로 간다”며 “거짓말쟁이, 전과자 이재명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김문수”라고 했다.

대학생과 ‘학식’ 대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들과 학식을 먹으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학생과 ‘학식’ 대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들과 학식을 먹으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부에서는 12·3 불법계엄에 대한 구 여권 책임론과 대구의 변화를 언급하며 이 후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40대 C씨는 “나이 든 사람이나 그렇지, 대구라고 해서 다 국민의힘을 밀진 않는다”며 “나 같은 40대 초반은 이재명을 많이 지지한다. 나도 이재명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그래도 계엄 사태를 일으킨 당인데, 이재명보다 국민의힘을 뽑으라는 건 좀 말이 안 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를 김 후보의 ‘대안’으로 거론하는 이는 드물었다. “(주변에 이 후보를)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저는 별로 안 좋아한다” “이준석도 똑같아 보인다”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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