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경남지역 경찰 간부들 청탁 정황 파악 중
내부선 “터질 게 터졌다···승진 경쟁 유혹 못 이겨”
“검찰개혁 국면 전환 위해 띄운 것 아니냐” 주장도

명태균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옛 여권 정치인 다수가 연루된 공천개입·여론조사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4월2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일부 경찰관들이 21대 대선을 앞두고 명태균씨와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던 정치 브로커들을 통해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경찰 내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도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불만도 나온다.
14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경남 지역 경찰 간부들이 명태균씨에게 인사청탁 등을 한 정황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경남 지역 경찰 간부들의 인사청탁 의혹은 검찰이 명씨의 휴대전화와 PC 등을 포렌식 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2023년 7월 창원서부경찰서 정보과 소속 A경위가 명씨에게 정치권을 통한 승진 청탁 등을 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건진법사 전씨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 경찰 간부들의 명함이 다수 발견돼 이들이 인사청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씨는 2018년 지방선거 공천 등에 개입하고 통일교 간부가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목걸이를 전달하는 창구 역할을 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통일교 간부들이 경찰 고위급 인사들을 거론하며 조직적으로 축의금을 전달하거나 수사 정보를 받았다는 의혹도 언론에 보도되자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의혹들이 잇따라 나오자 경찰 내부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관들은 계급마다 정년이 달라 승진 여부에 따라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정해진다”며 “특히 승진폭이 좁은 지역 경찰관들은 몇 안 되는 승진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기 때문에 정치권에 연줄이 닿는 이들과 가깝게 지내려는 유혹을 이기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일선 경찰서 경찰관은 “승진을 위해 국회의원과 연줄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줄을 댈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며 “대부분 이런 고민을 실현시킬 정도로 확실한 인맥을 만들기 어려워서 포기하지만, 방법이라도 있으면 이런 이들과 가깝게 지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지방선거 공천헌금 의혹 혐의를 받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지난 1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1심 두 번째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경찰뿐 아니라 검찰도 정치 브로커에 의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경향신문과 만난 전씨의 한 지인은 “검찰 고위급 인사들이 전씨의 법당에 자주 방문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까지 지냈던 윤 전 대통령도 김 여사와 함께 전씨와 가깝게 교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경찰 일각에서는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는 검찰개혁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경찰의 인사청탁 의혹을 부각시킨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정치 브로커가 등장할 때마다 경찰 인사와 관련된 논란이 이어지는데, 실제 검찰과 관련된 논란은 제대로 드러난 게 없다”며 “인사 개입 논란이 경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텐데 검찰까지 사실관계를 파악해 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