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심 법원이 판결문에 반드시 적어야 하는 ‘적용 법령’을 빼먹고 유죄를 선고한 점이 대법원에서 드러나 피고인이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형사소송법상 법원은 유죄 판결문에 범죄사실과 적용 법령 등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공익신고자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 1일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경기 안산시의 한 병원에서 병원장으로 일했다. 이씨 병원에서 일하던 간호사 A씨는 다른 간호사가 의사 지시 없이 환자를 격리 조치했다는 점을 공익신고했다. 이씨는 A씨가 공익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A씨를 전보 조치하고, 정직 처분했다. 검찰은 이씨가 ‘누구든지 공익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는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1·2심은 이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보 후 피해자가 근무한 위치, 기존 업무와 변경된 업무 등을 볼 때 피해자를 괴롭힐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인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1·2심 판결문에는 모두 어떤 법령을 적용해 이씨를 처벌하는지가 빠졌다.
대법원은 판결문에 적용 법령이 명시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으며 원심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법 323조 1항에 따르면, 유죄의 판결 이유에는 범죄사실, 증거 요지와 법령의 적용을 명시해야 한다”며 “판결이유에 이 중 어느 하나를 전부 누락한 경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위반으로 파기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은 유죄판결을 선고하면서 그 이유에 법령의 적용을 누락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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