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난달 9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권도현 기자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 등의 여파로 지난 1분기 대기업 수출이 1년 전보다 3%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수출이 감소한 것은 1년 3개월만이다. 일부 품목에서 관세가 본격 적용된 2분기 수출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중소기업은 동남아 지역 등으로의 수출이 늘면서 1분기 수출액이 소폭 늘었다.
통계청이 15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잠정)’ 자료를 보면, 1분기 대기업의 수출액은 1041억 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2.9% 줄었다. 중견기업(289억달러) 수출액도 1년 전보다 2.6% 줄었다. 대기업·중견기업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줄어든 것은 2023년 3분기 이후 6분기 만이다.
대기업 수출이 줄어든 건 석유 제품 수출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반도체 등 IT제품 수출액(660억 달러)은 전년동기대비 4.9% 늘었으나, 석유화학 분야 수출액(268억 달러)은 같은 기간 10.7% 줄었다. 운송장비(312억달러) 부문도 수출이 0.4% 줄었다. 트럼프 미국 정부의 전기차 지원 정책 폐지로 인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미국이 지난 4월 발표한 기본관세(10%) 등의 영향이 반영되는 2분기부터는 수출 감소 폭은 더 커질 수도 있다.
다만 중소기업 수출액은 264억달러로 1년 전보다 1.3% 늘었다. 동남아·중동 지역으로 화장품 등의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총수출(1598억 달러)은 1년 전보다 2.1% 줄었다. 수출기업 수(6만5903개)는 1년 전보다 1.5%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1분기 석유화학 분야 수출액 감소는 국제 유가하락과 글로벌 공급 과잉 등의 영향이 있다”면서 “본격적으로는 아니지만 관세 불확실성의 여파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출의 상위 대기업 쏠림 현상은 다소 완화됐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10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는 66.1%로 직전 분기(67.1%) 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10대 기업의 무역집중도도 36.0%로 직전분기보다 2.1%포인트 내렸다. 다만 두 수치 모두 1년 전보다는 각각 0.2%포인트 씩 높다.
1분기 수입액(1526억달러)은 전년동기대비 1.4% 줄었다. 대기업 수입액(918억달러)이 4.7% 줄었으나 중견기업(268억달러), 중소기업(325억달러)은 각각 9.7%, 0.5%씩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