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 군대가 14일 가자지구 리말 지역의 여러 학교와 병원에 대피 경고를 발령한 후 팔레스타인인들이 대피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촉구하고 있는 중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인 수십명이 숨졌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 지구 전역에서 팔레스타인인 최소 8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 일대에서는 어린이 22명과 여성 15명을 포함해 최소 50명이 숨졌다.
알자지라는 “자발리야 지역에서 구조대원들은 휴대폰 카메라의 빛만으로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어린이들의 시신을 꺼내고 있다”고 했다. 이번 공습으로 해당 지역에는 구급차가 병원에 접근할 수 없으며 상하수도 시스템의 파괴 등으로 수술이 중단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인한 사망자수는 단일 아침에 발생한 사망자 수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북부에서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무장세력을 공격했으며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리말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리며 “가자 지구의 테러 조직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계속 취할 것이다. 필요에 따라 작전 범위를 확대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했다.
이러한 공격은 이스라엘 대표단이 하마스와의 휴전 협정을 하려 중재국 카타르 도하에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했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이 협상에는 중재국인 이집트와 카타르의 관리들도 참여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는 “휴전 협상의 모든 전선에서 큰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으나 이번 공습으로 이스라엘이 휴전 협상에 대한 의사가 없음을 표명한 것이다.
앞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배제하고 미국과 협상해 미국 이중국적자 이스라엘 군인 에단 알렉산더를 석방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순방 중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않으면서 가자지구의 긴장감은 더 높아졌다. 위트코프 미국 중동대사는 지난 13일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가족들을 만나 “알렉산더의 석방에 따라 다른 인질 석방에 대한 합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패배할 때까지 이스라엘의 공세를 멈출 수 없다”라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023년 10월부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해 최소 5만2908명이 사망했으며 가자지구 인구의 90%가 피난민이 됐다. 국제기구와 구호 단체 등은 가자지구의 기근 위기가 심각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유엔의 기아 감시 시스템인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는 지난 12일 가자지구 인구 210만명 전체가 기근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3개월째 가자지구를 전면 봉쇄하고 있는 이스라엘을 향해 국제사회는 압박 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다.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고 정당화될 수 없다”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네타야후 총리의 가자지구 봉쇄는)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