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납치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이 사건 피의자를 구속해달라는 요청을 했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경찰은 피해자 요청에 따라 구속영장 신청을 결정해놓고도 실제 영장 신청을 하지 않았고, 그 사이 피해자는 결국 살해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최근 동탄에서 발생한 납치살인 사건과 관련해 동탄경찰서의 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수사 감찰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앞서 지난 12일 오전 10시40분쯤 화성 동탄신도시의 한 아파트 보행로에서는 남성 A씨(30대)가 여성 B씨(30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당시 A씨는 B씨가 사는 오피스텔을 찾아가 공동현관문 옆에 적힌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오전 10시19분쯤 외출하려고 집 밖으로 나온 B씨를 제압해 렌트카에 태웠다.
A씨는 B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입에 청테이프를 붙이고 두건을 씌운 뒤 양손을 결박했고 자신이 사는 아파트로 끌고 가 흉기로 살해했다.
이 사건 발생 전 B씨는 지난해 9월과 지난 2월, 지난 3월 등 총 3차례에 걸쳐 가정폭력 신고를 했다. 지난달 4일에는 A씨를 폭행, 강요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특히 B씨는 같은달 17일에 지난 1년여 간의 피해 사례를 담아 A4 600쪽 분량의 고소보충이유서를 제출했으며 “A씨를 구속 수사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를 검토한 결과 A씨에 대한 구속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달 초쯤에는 A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 신청을 결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런 결정은 실제 구속영장 신청까지 이어지지 않았고, 10여일의 시간이 흐르는 사이 B씨는 A씨에 의해 살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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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영장 신청을 결정해놓고도 신속히 신청하지 않아 끝내 피해자가 숨지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경찰에 대한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사전구속영장 신청을 지시했는데,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관련해서 수사 감찰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