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지난달 21일 재판에 앞서 사진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12·3 내란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지난해 강남 고급 룸살롱에서 수차례 향응을 접대받았다는 의혹을 더불어민주당이 제기했다. 그러면서 지 부장판사의 재판 배제와 감찰을 법원에 요구했다. 역사적인 내란 재판의 신뢰·권위와 직결된 사안이어서 진상 규명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인 김용민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지 부장판사가 1인당 10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한 번도 돈을 낸 적이 없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노종면 선거대책위 대변인은 “민주당이 확보한 제보 사진에 지 판사 얼굴이 선명하다. 사진이 찍힌 장소가 서울 강남 최고급 룸살롱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면서 “사진 촬영 시점은 지난해 8월경”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의 진위는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사진까지 제보받았다는 점에서 사실 확인이 필요해졌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지 부장판사는 뇌물죄·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지 부장판사는 법원 내규·관행과 달리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로 계산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하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의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 다수 시민의 공분을 샀다. 그런 지 부장판사가 룸살롱 접대까지 받았다면 내란 재판의 신뢰·권위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건 사법부 전체의 신뢰·권위와도 직결된 사안이다. 법원이 지체 없이 진상을 밝히려 들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15일 “의혹 제기 내용이 추상적일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된 바 없고 의혹의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도 않았다”며 “서울중앙지법이 입장을 밝힐 만한 내용은 없다”고 했다. 당사자인 지 부장판사에게 ‘지난해 8월 강남 룸살롱에서 향응을 접대받은 사실이 있느냐’고 물어는 봤나. 의혹의 진위를 확인해야 할 법원이 ‘의혹의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도 않았다’고 제3자가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말하는 건 무슨 뚱딴지같은 궤변인가. 사실무근이라면 사실이 아니라고 펄쩍 뛰어야 할 지 부장판사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기는커녕 자료가 있으면 더 내놓으라는 식이니 의심만 더 커지는 것이다. 법원은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의혹이 맞으면 맞다, 틀리면 틀리다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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