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세력이 1980년 5월 광주를 소환하고 있다. 비극적 아이러니다. 국민의힘이 정호용을 선거대책위 상임고문으로 위촉했다가 논란이 일자 취소했다. 정호용이 누구인가. 육사 11기 전두환의 동기이자 하나회 멤버인 그는 광주민중항쟁 당시 육군 특전사령관이었다. 특전사 예하 3·7·11공수여단은 광주에서 비무장 시민을 향한 무자비한 진압과 발포를 주도했다. 1979년 12·12 군사반란에도 가담했다. 그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997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의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문수 후보는 5시간 만에 정호용 위촉을 철회했다. 그러나 간단히 넘길 일이 아니다. 5·18 45주기를 앞두고 비난의 소나기를 피하자는 속셈일 뿐 진지한 반성의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 김 후보와 윤석열은 5·18에 대한 비뚤어진 시각이 닮았다. 윤석열은 2021년 10월 대선 후보 시절 “전두환 대통령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했다. 이런 망언에도 윤석열의 반민주적 본질을 간파하지 못한 것이 작금의 내란 사태를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의힘 대선 막장극의 주연인 한덕수도 얼마 전 광주를 찾아갔다. 그는 5·18을 ‘광주사태’로 표현했다. 최고 학벌에 국무총리를 두 번이나 지내며 50년 넘게 공직생활을 한 그 역시 ‘전두환 DNA’가 뼛속 깊이 박혀 있음이 드러났다. 그는 정권에 따라 출신지를 서울·전주로 바꾸며 출세를 구가하더니 이제 와 스스로를 ‘호남 사람’으로 칭했다. 자격도 없는 자가 자기 편한 대로 광주를 입에 올리고 있으니 망월동 영령들이 통탄할 일이다.
광주의 상처는 언제 아물 것인가. 국민의힘은 표를 얻기 위해 나이 아흔이 넘은 전두환의 친구에게 손을 내밀고, 기회주의자들은 위선적으로 광주를 도둑질해 쓰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윤석열의 내란이 5·18의 의미를 되살렸다. 윤석열의 헌정 중단 시도는 시민들에 의해 무혈로 진압됐다.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작가 한강의 물음대로, 1980년 광주가 2025년 대한민국을 살렸다. 5·18 정신을 하루빨리 헌법에 아로새겨 민주주의의 보루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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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된 공수부대가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한 시민을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