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0년대 ‘윤락(淪落)행위를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시설에 강제로 수용된 여성들에 대해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재판장 김지혜)는 김모씨 등 1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5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원고들은 ‘여성들의 윤락행위를 막겠다’며 시행된 윤락행위방지법에 따라 시설에 강제로 수용됐다. 이들은 ‘윤락행위를 하게 될 현저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요보호여자’로 분류됐다. 정부는 전국에 여성수용시설을 설치해 경찰과 보건소 등에 이들을 단속하도록 지시했다. 시설에 수감된 원고들은 제대로 된 의식주와 의료적 처우를 지원받지 못했다. 자의적인 중도 퇴소는 불가능했고, 건물에는 철조망과 쇠창살이 설치됐다. 외부와의 소통도 차단했다.
지난해 1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을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했다. 진실화해위는 “국가가 원고들을 강제로 단속할 법적 근거가 없는데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시설에 수용했다”며 이들에 대한 사과와 명예 회복 조치를 권고했다. 진실화해위 결정 이후 피해자들은 지난해 4월 국가를 상대로 약 16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이날 법원은 원고 측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국가는 피해자들에게 인당 400만~2억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인용된 배상금 총액은 약 8억8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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