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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와 다리에 털이 많아 '설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설인게는 수심 2000m 아래 빛조차 들지 않는 심해에서 산다.

저자는 이러한 설인게의 삶에서 위태로운 성소수자들의 공간을 떠올린다.

사회적 압박을 내려두고 마음껏 동료들과 몸을 부딪칠 수 있는 게이클럽은 저자와 주변 성소수자들의 안전지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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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생물 이야기, 그러나 퀴어 이야기

[책과 삶] 바다 생물 이야기, 그러나 퀴어 이야기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
사브리나 임블러 지음 | 김명남 옮김
아르테 | 268쪽 | 2만원

집게와 다리에 털이 많아 ‘설인(雪人)’이라는 별명이 붙은 게, 설인게(예티 크랩)는 수심 2000m 아래 빛조차 들지 않는 심해에서 산다. <빛은 얼마나 깊이 스미는가>의 저자 사브리나 임블러는 여성의 몸으로 태어났지만 남녀로 성별을 규정하지 않는 논바이너리 퀴어이자 중국계 미국인이다. 이 둘의 삶에서 어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까.

설인게는 차가운 심해 아래 뜨거운 물을 내뿜는 ‘분출공’ 근처에 모여 산다. 분출공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줄기는 370도가 넘어갈 정도로 뜨겁다. 그래서 설인게는 분출공에 너무 가까워져 익어버리거나, 너무 멀어져 얼어버리지 않도록 수온 25도를 유지하는 위치에서 고리 모양으로 뭉쳐 산다. 서로의 몸을 밟고 겹겹이 쌓여 좁고 가파른 안전지대를 사수한다.

저자는 이러한 설인게의 삶에서 위태로운 성소수자들의 공간을 떠올린다. 사회적 압박을 내려두고 마음껏 동료들과 몸을 부딪칠 수 있는 게이클럽은 저자와 주변 성소수자들의 안전지대다. 하지만 안전지대도 오래가지 못한다. 게이클럽은 재개발로 인해 자리에서 쫓겨나고 있고, 설인게의 터전도 분출공이 사라지며 수년에 한 번씩 소멸하기 때문이다.

책은 총 10종의 생물에 빗대 작가가 경험한 소수자의 삶을 보여준다. 저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퀴어, 혼혈, 논바이너리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과학적 기록과 퀴어로서의 고백을 과감히 교차시킨다. 양쯔강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철갑상어의 생애에서 일본군의 공격 속에 중국을 탈출한 할머니를, 제 살을 뜯어 먹는 문어의 삶에서 어머니와 자신의 식이장애를 떠올린다. 향유고래의 삶에서는 조각난 자신의 소수자성을 발견하고 갑오징어의 뛰어난 변장 능력을 보며 자신의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위화감)를 서술한다.

낯설 수 있는 저자의 자전적 고백은 신비로운 생물의 생태 앞에서 되레 단순하게 느껴진다. 옮긴이는 “객관적 서술이 과학 저널리즘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독자는 그 믿음이 기분 좋게 전복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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