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의 ‘조례안 무효 소송’, 2년 심리 끝에 패소
알권리·학력 신장 이유…교육계 ‘특정지역 게토화’ 심화
서울 지역 초중고교에서 기초학력 진단 검사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서울시 조례가 법률에 어긋나지 않아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서열화 조장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5일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 기초학력 보장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무효로 해달라며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조례안이 원고의 기초학력 진단검사에 관한 권한 행사를 배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초학력 보장법 7조 등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례의 쟁점은 7조1항인데, ‘교육감은 학교의 장이 시행한 기초학력 진단검사의 지역·학교별 결과 등을 공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매년 3월 초 서울의 초중고 1326개교에서 기초학력 진단도구와 관찰·상담을 거쳐 기초학력 지원 계획을 수립한다. 현재 진단 결과는 학교만 알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이 늘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2023년 5월 서울시의회가 개별 학교에서 이 검사 내용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안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처럼 학교별 성적 데이터를 공개하는 것이 학교 서열화를 조장한다는 주장이 진보 성향 교육단체 등을 중심으로 나왔고, 서울시교육청이 조례안에 대해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의회 조례제정권의 한계를 벗어났고, 상위 법령에 위반된다는 게 교육청 주장이었다.
대법원은 일단 집행정지를 받아들여 조례안 효력을 정지했으나, 2년 가까이 심리한 끝에 이 조례가 유효하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은 “조례안은 지역·학교별 결과를 공개해 학교 교육에 대한 서울시 주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관심과 참여도를 끌어올려 궁극적으로 기초학력을 신장시키는 것”이라며 “교육기관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와 충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조례 제정 취지인 서울 학생의 기초학력 보장 강화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진단 결과의 공개는 학교 및 지역 간 과열 경쟁과 서열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이번 판결로 인해 학교 및 지역 간 과열 경쟁과 서열화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가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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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은 기초학력 진단 결과 공개가 교육감 재량에 달려 있지만, 해당 조항을 근거로 정치권이 자료 제출을 요구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역구 시의원이나 국회의원이 지역 홍보를 위해 기초학력 진단 결과를 요구하고 활용할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단과 달리 기초학력 진단 결과의 공개가 기초학력 신장으로 이어질지 미지수이고 지역 간 서열화나 특정 지역 게토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정찬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기초학력 부족은 정서적, 경제적 부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인데 성적만 지적하면 기초학력 부족을 일으킨 다른 요인들을 가리게 될 것”이라며 “기초학력 진단 대비반이 만들어지는 등 사교육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승호 실천교육교사모임 대외정책실장은 “법원의 기대와 달리 한국에서 자녀 키우기 좋은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나누는 차별요소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