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탄압 받은 노동계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점
화물 노동자
안전운임제 폐지로 환경 악화
재도입으로 최저임금 보장을
조선 노동자
원청이 하청 옥좨도 다 용인
열악한 임금 구조 개선 절실
건설 노동자
‘건폭’ 낙인에 기존 단협 무용
하도급 문제 방치 땐 무너져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를 대화 상대로 여기지 않았다. 노조에 ‘카르텔’이란 오명을 씌웠고, 파업을 하면 ‘불법’ 딱지를 붙였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한 달여 지났지만 ‘노동탄압’의 상흔은 그대로다. 6·3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들도 노동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10대 공약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이 언급된 게 눈에 띄는 정도다.
화물·조선·건설 분야 노동자는 윤석열 정부에서 유독 힘들었다. 2022년 말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유최안씨가 1㎥ 크기의 철제 구조물에 들어가 ‘옥쇄농성’을 벌이자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거론하며 위협했다.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확대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하자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용하고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다음해엔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몰아붙였고 양회동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목숨을 끊었다. 이 분야 노동자들은 14일 “윤 정부가 망가뜨린 노동 현실을 회복하는 것이 차기 정부의 숙제”라고 입을 모았다.
박재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정책사무국장은 ‘안전운임제 재도입’을 다음 정부 최우선 과제로 말했다. 안전운임제는 화주-운송사-화물노동자로 이어지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화주가 운송사에, 운송사가 기사에게 주는 운임을 일정액 이상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화물노동자의 ‘최저임금’이라고도 불리던 이 제도는 2022년 말 일몰기한이 연장되지 않아 종료됐다. 박 국장은 “안전운임제가 폐지되면서 화물노동자들은 줄어든 임금과 늘어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유최안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은 “윤 정부는 회사가 뭘 하든 용인해주는 현장을 만들었다”며 “탄핵 이후로도 원청이 하청의 피를 빨아먹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유씨는 “노동조합법 2·3조를 개정해 노동자가 ‘진짜 사장님’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을 동등하게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맹종안 민주노총 건설노동조합 부위원장은 “윤 정부가 건설노조를 ‘불법단체’로 낙인찍으면서 기존 단체협약마저 무용지물이 됐다”며 “외국인 불법고용 구조를 없애고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건설업계는 무너지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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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대선 후보들에 대해 우려와 실망감을 나타냈다. 유씨는 “정책을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당장 내일이라도 당사자를 만나 논의해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이 없으니 기대감도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국장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윤 정부의 노동 퇴행에 일조한 인물”이라며 “주요 후보들의 향후 노동 공약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노동과 성장이 함께 가는 사회’라고 했다. 맹 부위원장은“노동은 단순히 개인이 먹고사는 문제가 아닌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소중한 일이라는 인식을 만드는 것이 차기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대부분 후보가 경제 성장을 이야기하는데 노동 없이는 성장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