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선 D-18
공약에 양극화 이슈 전무 “불평등 침묵”
“후보들 어떤 성장인데 답해야”
“경제성장이 저절로 빈곤을 없애지 않아”

참여연대가 1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민주주의 회복 위한 경제사회적 불평등 해소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
6·3 대선에서 양극화·불평등 의제가 사라졌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 ‘양극화·불평등’ 단어를 아예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 경제가 성장률 0%대의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위기에 처하자 주요 대선 후보들이 ‘성장이 먼저, 분배는 나중에’ 기치를 내세우면서다. ‘빈곤 문제’ ‘소득·자산 양극화’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등의 이슈가 경제 성장에 가려진 것이다. 성장을 하더라도 ‘어떤 성장이냐’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뉴스분석]‘불평등’ 이슈가 사라졌다···이재명도, 김문수도 “성장이 우선”](https://img.khan.co.kr/news/r/700xX/2025/05/16/news-p.v1.20250515.d2c083f3d4c8499c876507788f598a2a_P1.jpg)
‘선 성장, 후 분배론’을 먼저 주장하고 나선 측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이 후보는 지난 2월 MBC <100분 토론>에서 “경제에 집중하지 않으면 마이너스 성장인데, 분배고 공정이고 얘기할 틈이 어디 있나”라며 “살아남아야 복지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집에는 ‘불평등·양극화 완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와 마찬가지로 ‘감세를 통한 경제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판매하는 반도체에는 10%의 세액공제를 적용하고, 과감한 세제 혜택을 통한 50조원 규모의 첨단산업 국민펀드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자유주도성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간과 기업 자율에 맡겨 경제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신산업·신기술 분야 규제를 철폐하고, 법인세·소득세·상속세·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약속했다. 사회적 양극화 완화 관련한 언급은 전혀 없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규제 혁파’만 약속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만 ‘증세를 통한 불평등 해소’를 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선에서 불평등 의제가 사실상 사라진 데는 민주당의 ‘우클릭’이 상당 부분 기여했다. 이 후보가 중도보수 정당을 표방하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노선 차이가 줄었다. 과거에는 민주당이 주로 불평등 완화와 분배·복지에 방점을 뒀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는 15일 참여연대 토론회에서 “코로나 위기 이후 경제침체가 장기화하고 최근 무역 전쟁이 벌어지면서 사회정의에 대한 적극적 문제제기가 약화하는 ‘불평등 침묵’ 현상이 발생했다”며 “하지만 경제성장이 저절로 빈곤을 없애고 불평등을 줄이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뉴스분석]‘불평등’ 이슈가 사라졌다···이재명도, 김문수도 “성장이 우선”](https://img.khan.co.kr/news/r/700xX/2025/05/16/news-p.v1.20250515.acc41ec1380d4c6383f93d6ceb7f01eb_P1.jpg)
![[뉴스분석]‘불평등’ 이슈가 사라졌다···이재명도, 김문수도 “성장이 우선”](https://img.khan.co.kr/news/2025/05/16/news-p.v1.20250515.dd91c06ff47545aca1a3c914c4e5da82_P1.jpg)
윤석열 정부는 감세를 통한 성장을 도모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올 1분기 한국 성장률은 -0.2%로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 3년간의 감세 정책으로 다음 정부는 향후 5년간 100조원의 세수 감소 부담을 떠안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 사이 양극화 지표는 악화했다. 지난해 자산 불평등 지표인 순자산 지니계수는 0.612로 2012년(0.617)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았다.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 비율인 상대적 빈곤율은 2023년 기준 14.9%로 2022년(14.9%)에 비해 나아진 게 없었다.
각 대선 후보의 ‘성장 우선론’은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중시하는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성장의 과실로 늘어난 부를 사회 전체에 폭넓게 나누자는 ‘포용적 성장’ 기조를 추구해왔다. OECD는 경제성장의 궁극적 목적을 시민 개개인의 ‘삶의 질 제고(웰빙)’에 둬야 한다고 권고했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각 후보는 왜 성장하려 하는지, 어떤 성장을 하려고 하는지, GDP 성장률 0.1% 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답해야 한다”며 “한국 경제성장 과정에서 불평등 그늘이 많았는데, 우리 사회의 분배 구조는 그대로 두고 성장만 추구하면 부자들과 대기업의 사정만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