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어린이 20명이 만든 ‘우유팩 국화’도 등장
45주년 전야제·기념식 앞두고 민주묘지 추모 행렬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이틀 앞둔 16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518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묘비에 카네이션을 헌화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 2025.05.16. 정효진 기자
“오늘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당신에게서 왔습니다.”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이틀 앞둔 16일 오전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저마다 카네이션 화분을 든 학생들이 모였다.
광주·전남 초·중·고교 학생 518명은 이날 ‘오월 영령’이 잠든 각 묘지 단상에 활짝 핀 빨간 카네이션을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학생들은 묘지를 정성스럽게 어루만지기도 했다. 또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채 한동안 영령들의 넋을 기렸다.
45년 전 그날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없지만 이곳을 찾은 학생들은 영령들을 위로하며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을게요”라며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학생들이 오월 영령 묘지에 국화 대신 카네이션이 헌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주 각화중, 담양 한빛고, 장흥 초·중·고 학생들은 4~5년 전부터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앞두고 매년 5~10㎞가량을 도보로 이동해 민주묘지를 찾고 있다.
이번 카네이션 헌화는 5·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공로자회·부상자회) 등의 제안에 따라 이뤄졌다. 사랑과 헌신, 존경을 상징하는 카네이션을 통해 ‘영령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표현해보자는 의미에서다.
학생들은 부모나 교사, 책에서만 배워왔던 비상계엄의 부당·위험성을 윤석열 전 대통령을 통해 경험했다. 탄핵을 통해 ‘정의의 힘’과 ‘민주주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면서 올해 헌화 행사에는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유아람 장흥학생연합회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그들의 용기와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 자유로운 교정에서 웃고, 배우고, 꿈꿀 수 있게 되었다”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서로 손을 맞잡고 불의에 맞서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가 5·18 영령들에게 드릴 수 있는 진정한 헌화”라고 말했다.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이틀 앞둔 16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518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묘비에 카네이션을 헌화하는 행사를 하고 있다 . 2025.05.16. 정효진 기자
나은성 한빛고 학생은 “5·18의 희생 위에 세워진 민주주의는 지금도 위기를 겪고 있다”며 “오월 영령을 잊지 않고 침묵하지 않으면서 작은 실천과 연대로 또 다른 작은 씨앗을 뿌리겠다”고 말했다.
학생 일부는 묘지 한쪽에서 5·18 상징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을 오카리나 등 악기로 연주했다. 헌화를 마친 학생들은 묘지를 떠나기 전 민주의 문 입구에 마련된 추모 부스를 차례로 방문해 커다란 리본에 ‘작별하지 않겠습니다’ ‘5·18 숭고한 가치는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등 글귀를 남겼다.
장흥중의 한 교사는 “영령들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몸소 실천하고 있는 학생들이 너무 대견하다”라고 말했다.
어린 아이들의 참배행렬도 이어졌다. 광주 공립 인양유치원 어린이 20여 명은 교사의 인솔하에 민주묘지에 찾았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마신 우유팩으로 국화를 만들어 오월영령에게 헌화했다.
- 지역 많이 본 기사
손자와 함께 이날 민주묘지를 찾은 오월열사 최화진·이옥단의 아들 이계현씨는 “5·18의 역사는 물론이거니와 증조 할머니·할아버지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었는지 꼭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5·18 45주년 전야제는 17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 기념식은 18일 북구 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된다.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이틀 앞둔 16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518명의 시민과 학생들이 카네이션을 헌화하고 있다. 2025.05.16. 정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