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의 공습 이후 폐허가 된 도시를 바라보고 있다. TASS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역에 공습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틀간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제외하고 중동 순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휴전과 인도적 지원 등의 해결책 대신 물리적 충돌이 더 거세지고 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기준 전날부터 가자지구 전역에서 이어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최소 143명이 사망했다.
가자지구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서는 최소 61명이 사망했으며 가자지구 북부 도시 자발리아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알타우바 의료원을 공격해 최소 15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요원 등을 겨냥해 130곳 이상의 표적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자발리아의 알아우다 병원, 칸유니스의 인도네시아 병원, 현재는 운영이 중단된 유럽 병원 등도 공격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공격으로 임신 중이던 이스라엘 여성이 서안 지구에서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은 “이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범인을 수색 중”이며 군이 서안지구에서 최소 5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나크바(대재앙)’의 날에 발생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으로 팔레스타인 약 70만명이 고향에서 쫓겨났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나크바를 기억하기 위해 매년 집회 등을 열어왔다. 팔레스타인인 아흐메드 하마드는 로이터 통신에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일은 1948년 나크바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부터 협상단을 카타르에 보내 하마스와 휴전 협상에 돌입했으나 공습은 잇따라 계속되고 있다. 한 이스라엘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협상과 관련해 “돌파구 마련에 대한 기대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순방이 시작되며 한때 휴전 또는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졌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국에서 이스라엘을 제외했으며 가자지구와 관련해 적극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았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카타르에서 “가자지구를 미국이 취하고 ‘자유구역’으로 정해야 한다”고 말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았다. 하마스의 고위 관리인 바셈 나임은 이에 관해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공개 시장에서 판매되는 부동산이 아니다”라고 했다.

15일 가자지구 자발리아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공급되는 음식을 받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AP연합뉴스
국제기구와 인권단체 등은 가자지구의 기아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유엔의 기아 감시 시스템인 통합식량안보단계분류(IPC)는 가자지구 주민 5분의 1이 재앙 수준의 심각한 기아 위기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기아 위기가 심화하는 중 물자 유통이 봉쇄된 가자지구 주민들을 돕기 위한 해결책도 합의되지 못하고 있다.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참여하는 미국의 가자지구 인도주의적 지원 구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가자 인도주의 구호재단(GHF)이라는 법인을 설립해 가자지구 구호물자 배포 센터를 만들어 식량과 물, 위생키트 등을 공급한다는 계획으로, 유엔은 “이 작전이 공정성, 중립성, 독립성을 갖추지 못해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주둔하는 구호물자 센터가 가자지구 설치되는 것은 주민들에게 위협이 되며 남부와 중부에 설치돼 북부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몰아낼 수 있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