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6일 오전 전북 익산시 익산역 동부광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교제폭력 범죄와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 고용평등 임금공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여성 공약을 추가로 발표했다. 이 후보는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10대 공약을 제출했을 당시 여성 공약이 빈약하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이날 발표한 정책에 대해 “여성 정책의 범주로 국한해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여성 정책 범주화조차 조심스러워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모두가 존중받고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며 이 같은 내용의 여성 공약을 발표했다.
이 후보는 먼저 “여성이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교제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반드시 피해자 보호명령이 적용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교제폭력 가해자에게 접근금지 명령, 불응 시 접근금지 명령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유치장 유치 등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교제폭력·교제살인 국가 공식 통계시스템을 구축해 예방대책 수립을 체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여성 혼자 근무하는 사업장에는 경찰과 바로 연결되는 안심벨을 단계적으로 보급하고, 여성안심주택 공급을 확대해 저소득 여성 1인 가구도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게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여성 안전 취약 가구에 폐쇄회로(CC)TV 등 범죄 예방 장비와 시설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 후보는 “딥페이크 영상 등 디지털 성범죄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악용한 성범죄와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불법 촬영물 삭제와 수사, 법률·의료지원이 원스톱으로 가능하도록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협력체계를 고도화하고 충분한 예산과 전문 인력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또한 고용평등 임금공시제를 도입해 성별 임금 격차를 개선해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공공기관에는 성별 평등 지표를 적극 반영하고, 경력보유 여성 채용 기업에는 세제 지원을 강화하겠다”라며 “여성 벤처기업 투자펀드를 확대해 창업과 성장을 뒷받침하고, 경력보유 여성과학기술인의 역량 강화와 경력 전환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여성농업인 교육과 취업도 더 넓게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전북 익산역 동부광장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날 발표된 여성 공약은 대부분 지난 대선과 총선 공약에 포함됐던 내용이다. 다만 지난 대선 공약인 임신중지에 관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성·재생산 권리 보장 기본법 제정, 성별·연령 고려 통합정부 균형 내각 구성 등은 이날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히 임신중지 시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은 공약에서 제외하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낙태죄’가 2019년 4월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 상태에 있는 가운데 민주당이 대안 마련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여성 공약과 관련해 “여성 정책의 범주로 국한해 말씀드리지 않겠다”, “오늘 말씀드린 안전정책, 노동정책도 굳이 여성 정책으로 분류하지 않아도 될 날을 꿈꾼다”고 언급했다. 2030 남성 표심을 의식해 여성 정책 범주화조차 조심스러워하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일과 가정의 조화, 건강한 삶을 위한 지원, 한부모 가족 등 지원, 학교 및 평생교육 등의 다양한 의제를 포함하고 있다”라며 “이는 남성에게도 또 다른 무게를 지닌 모두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전북 전주에서 청년 국악인과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여성 언급을 피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당연히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동등하게 살아가도록 각별한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지나치게 남녀 갈등적 상황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0·30대 여성들이 우리 사회 위기 국면과 내란 국면에서 큰 역할을 해 새로운 우리 사회 희망을 만들었다”며 “물론 여성들만 한 것은 아니지만 주력이었던 것은 사실이다”라고 했다.
이 후보는 “여성에 대해 민주당이 정책이 없거나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옳지 않은 지적”이라며 “당연히 관심이 있다. 성차별도 극복해야 하고,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도 “앞으로도 공약집 발표를 통해 여성이 안전하고 일하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계속 발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