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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가 맛있어지는 계절…“여름, 어서 오이소~”

아삭하고 시원한 식감, 한 입 베어 물기만 해도 갈증이 가신다. 반찬으로도, 그냥 먹어도, 술안주로도 좋은 만능 식재료, 오이의 계절이 도래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몰랐던 오이 이야기

대표 여름 채소인 오이는 5월부터 9월까지가 제철이다. 요즘엔 하우스재배로 1년 내내 유통되지만 노지 재배로 수확되는 5~6월이 가장 맛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장마철에는 오이가 쉽게 물러지고 쓴맛이 올라오기 때문에 초여름에 오이김치나 오이소박이를 만들어 두면 좋다.

초여름은 오이김치나 오이소박이를 만들기 좋은 시기다.

초여름은 오이김치나 오이소박이를 만들기 좋은 시기다.

오이는 식물학적으로는 과일로 분류된다. 씨앗을 품고 열매를 맺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이는 토마토, 가지, 호박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단맛이 거의 없고 주로 반찬이나 요리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요리나 일상적인 식문화에서는 채소로 간주한다.

오이 1개(약 300g 기준)에는 285g 정도의 수분이 포함되어 있다. 오이 1개만 먹어도 물 한 컵(약 250㎖) 이상을 섭취하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칼로리는 100g당 약 15㎉로 매우 낮다. 덕분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주목받지만 ‘영양가 없는 채소’라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항간에는 오이가 기네스북에 ‘가장 영양가 없는 식재료’로 등재되었다는 이야기가 떠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수분과 섬유질로 이루어진 오이는 ‘칼로리가 가장 낮은 과일’로 기네스북에 등록되어 있다.

95%가 수분으로 이루어진 오이는 갈증 해소와 몸속 노폐물 제거에 도움을 준다. 게티이미지뱅크.

95%가 수분으로 이루어진 오이는 갈증 해소와 몸속 노폐물 제거에 도움을 준다. 게티이미지뱅크.

오이에는 비타민 K를 비롯해 비타민 C, 칼륨 등 유익한 성분도 포함되어 있다. 혈압 조절과 면역력 강화, 체내 항산화 작용을 돕고 이뇨 작용을 촉진해 몸속 노폐물을 배출하거나 부기 제거, 해독 작용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 또한 풍부한 수분과 식이섬유는 장 건강과 변비 완화에도 도움을 준다. 피부 진정 효과가 있어 팩이나 마사지에도 자주 활용되며 여름철 갈증 해소용으로도 제격이다.

다 같은 오이가 아니다!

오이의 종류. 출처 농촌진흥청

오이의 종류. 출처 농촌진흥청

우리 일상에서 즐겨 먹는 오이는 크게 ‘다다기오이’ ‘취청오이’ ‘가시오이’ 3가지 종류다. 먼저 다다기오이는 길고 매끈한 모양에 가시가 거의 없고 저장성이 좋아 오이지나 피클처럼 절임 요리에 많이 쓰인다. 취청오이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재배되는데 향과 색이 진한 것이 특징이다. 과육이 부드럽고 무른 편이라 생으로 먹거나 무침용이나 김치, 김밥용으로 활용하기 좋다. 표면에 뾰족한 가시가 많은 가시오이는 껍질이 얇고 아삭하게 씹는 맛이 좋아 냉채나 샐러드, 비빔면 넣었을 때 잘 어울린다. 오이는 너무 굵지 않고 모양이 길쭉한 놈으로 고를 것. 가시가 살아 있고 꼭지가 마르지 않은 것이 신선한 오이다.

어떻게 먹을까? 제철 오이 잘 먹는 법


새콤하고 시원한 여름별미 오이 미역 냉국. 게티이미지뱅크

새콤하고 시원한 여름별미 오이 미역 냉국. 게티이미지뱅크


오이는 굵은소금으로 겉면을 문질러 씻은 뒤 물에 헹구면 쓴맛이 덜하다. 꼭지 부분은 쓴맛이 나고 농약이 몰려 있을 수 있어 제거한 후 먹는 게 좋다. 생으로 먹을 땐 얇게 썰어 소금에 살짝 절이면 풋내를 줄일 수 있다. 오이무침, 오이소박이, 오이냉국 등 반찬으로 만들 때 참기름이나 마늘, 식초를 적절히 사용하면 향이 살아난다.

오이는 상큼한 향과 높은 수분감 덕에 술과도 찰떡궁합이다. 특히 보드카, 진과 함께 먹으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줘 술의 풍미를 살려준다. 진토닉에 오이 슬라이스를 띄워 마시면 향이 극대화되는데, 유명 진 브랜드인 ‘핸드릭스 진’의 칵테일 레시피에는 오이가 필수다. 보드카에 오이를 띄우거나 안주로 함께 먹으면 알코올 맛이 중화되어 한결 부드럽게 즐길 수 있다.

오이를 보드카, 진과 함께 먹으면 술의 풍미가 살아난다. 사진은 오이를 주원료로 하는 핸드릭스 진. 핸드릭스 진 홈페이지

오이를 보드카, 진과 함께 먹으면 술의 풍미가 살아난다. 사진은 오이를 주원료로 하는 핸드릭스 진. 핸드릭스 진 홈페이지

오이는 다양한 음식과 어울리지만 함께 먹으면 좋지 않은 음식도 있다. 오이 껍질에는 비타민 C를 파괴하는 효소가 있다. 다른 과일이나 채소를 함께 먹을 경우 껍질을 벗기거나,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은 시차를 두고 먹는 것이 좋다.

이렇게도 먹어? 각국의 오이 요리들

홍차에 스콘과 오이 샌드위치를 곁들인 영국식 애프터눈티. 게티이미지뱅크

홍차에 스콘과 오이 샌드위치를 곁들인 영국식 애프터눈티. 게티이미지뱅크

오이는 세계 각국의 식탁에도 올라 있다. 오이가 대량으로 재배되기 전 영국에서 오이는 상류층들이 먹는 부의 상징이었다. 특히 버터 또는 크림치즈를 바른 빵 사이에 얇게 썬 오이를 넣은 오이 샌드위치는 여왕과 귀족들의 사랑을 받는 티푸드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티타임에는 오이 샌드위치가 빠지지 않았다고. 지금도 영국에서는 차와 함께 오이 샌드위치를 즐겨 먹는다.

미국에서는 오이를 통째로 절인 ‘딜 피클(Dill Pickle)’이 햄버거나 샌드위치의 단짝으로 인기가 많다. 심지어 피클만 따로 간식처럼 먹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피클 주스를 해장용으로 마시는데 피클 주스를 편의점에서 병 음료로 판매할 정도다.

미국에서 즐겨먹는 딜 피클. 게티이미지뱅크

미국에서 즐겨먹는 딜 피클. 게티이미지뱅크

오이는 다양한 소스에 단골 재료로도 활용된다. 인도에서는 요거트에 오이, 고수, 향신료를 넣어 만든 ‘라이타’(Raita) 소스를 즐겨 먹는데 매운 커리와 함께 먹으면 입안을 식혀주는 역할을 한다. 중동과 그리스, 튀르키예 등에서는 오이와 요거트, 마늘, 허브와 섞은 ‘짜지키(Tzatziki)’ 소스를 각종 요리에 곁들여 먹는다.

러시아에서 출시된 오이맛 스프라이트.

러시아에서 출시된 오이맛 스프라이트.

러시아인들의 오이 사랑은 유별나다. 특히 절인 오이(살료니예 아구르츠)는 러시아 식탁의 상징적인 존재다. 식사 전 에피타이저나 수프, 보드카 안주로 활용되고 러시아식 샐러드 ‘올리비에’에도 오이가 빠지지 않는다. 오이 레모네이드를 즐겨 마시는 러시아인들의 입맛을 겨냥해 러시아에서는 ‘오이맛 스프라이트’가 출시되기도 했다.

‘오이 헤이터’, 알고 보면 미식가?

써브웨이가 5월 한정 출시한 오이 샌드위치. 써브웨이 제공

써브웨이가 5월 한정 출시한 오이 샌드위치. 써브웨이 제공

샌드위치 전문 프랜차이즈 써브웨이는 지난 5월2일 ‘오이데이’에 맞춰 오이 마니아들을 위한 ‘오이 샌드위치’를 한정 출시했다.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다양한 재료 중 오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위해 랜치소스와의 조합으로 맛의 완성도를 높인 오이 샌드위치를 출시하게 됐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 GS25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통오이 김밥’을 한정 판매한다. 김밥 안에 오이를 통으로 넣은 ‘통오이 김밥’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지난해 출시 2시간 만에 완판된 바 있다.

GS25 통오이 김밥. GS25 제공

GS25 통오이 김밥. GS25 제공

상큼하고 시원한 오이는 이처럼 많은 마니아를 거느리고 있지만, 세상에는 오이를 극도로 싫어하는 ‘오이 헤이터’(오이 혐오자)들도 존재한다. 오이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은 쓴맛에 민감한 유전적 특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오이에는 ‘쿠쿠르비타신(cucurbitacin)’이라는 쓴맛을 내는 성분이 미량 포함되어 있는데, 대부분 사람은 이 맛을 거의 못 느끼지만 ‘TAS2R38’이라는 유전자형 중 쓴맛 수용체가 민감한 사람들은 그 미세한 쓴맛을 강하게 느낀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유전형을 가진 사람들은 브로콜리, 고수, 가지, 맥주 같은 음식에서도 쓴맛을 더 강하게 느끼며, 미각이 예민한 경우가 많아 ‘슈퍼 테이스터(Supertaster)’라고 불리기도 한다.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단순한 편식가가 아니라 맛에 민감한 미식가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오이씨를 제거하면 오이 향을 줄일 수 있다.

오이씨를 제거하면 오이 향을 줄일 수 있다.

오이가 싫다면 오이를 익히거나, 양념에 절여 향을 줄이는 조리법을 활용해보자. 오이씨는 오이 향이 가장 많이 나는 부분이라 제거하는 것이 좋다. 홍두깨로 쳐 부순 오이에 식초와 다진 마늘을 듬뿍 넣고 소금, 설탕, 깨소금을 넣어 버무리면 오이 향이 거의 나지 않는 오이 탕탕이가 완성된다. 요거트에 다진 마늘과 오이, 올리브유, 레몬즙을 넣어 만드는 ‘차지키 소스’를 다른 음식에 곁들여 먹으면 오이의 존재감은 줄이면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차지키 소스. 게티이미지뱅크

차지키 소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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