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5월 12일

<완성된 대진표...6월3일 향해 ‘번쩍’ ‘불끈’> 제21대 대통령 공식 선거운동 시작을 하루 앞둔 1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영양군 영양읍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며 인사하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주먹을 쥐고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한수빈 기자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김문수 후보의 자격을 취소하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당 대선 후보로 내세운 국민의힘 지도부가 후보 교체에 대한 전 당원 투표를 실시했습니다. 결과는 부결. 후보 바꿔치기 난동은 무위로 돌아갔습니다. 김문수 후보가 자격을 회복하면서 6·3대통령선거의 대진표가 완성됐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다음 달 2일까지 22일간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합니다.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2일자 1면 사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사진을 붙여서 썼습니다. 독자들이 대선까지 자주 보시게 될 ‘콤보사진’입니다. 직관적으로 보이는 선거 사진이라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쓰는 게 관건입니다.
■5월 13일

<동탄 광장에서...대구 시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6·3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 음악분수중앙광장에서 집중유세 중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왼쪽 사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2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에서 유세를 하던 중 두 주먹을 쥔 채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성동훈 기자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내란 종식’을 내세우며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출정식을 열었습니다. 이후 경기 판교와 동탄, 대전까지 돌며 ‘경제지도자’의 면모를 부각했습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구를 찾아 단일화 실패와 후보 교체 파동으로 실망한 보수 지지층을 달래고 결집을 호소했습니다.
1면 사진은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가 각각 유세 중 지지자와 시민들을 배경으로 두 팔을 들어 보이는 장면입니다. 인물의 표정과 시선, 동작과 배경 등을 두루 살펴 사진을 맞췄습니다. 유세 현장의 상황과 사진을 찍는 조건이 다 달라서인지 그 많은 사진 중에서도 딱 들어맞는 사진을 찾는 게 생각보다 싶지 않았습니다.
■5월 14일

<시민 책에 저자 사인...독립유공 선열 참배...대학생과 ‘학식’ 대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집중유세를 마친 뒤 한 시민의 요청에 자신의 저서에 사인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3일 독립유공자들이 묻힌 대구 국립신암선열공원을 방문해 참배하고 있다(가운데).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13일 대구 북구 경북대학교 학생식당에서 학생들과 학식을 먹으며 대화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성동훈 기자·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 주요 정당 대선 후보들이 일제히 ‘대구·경북(TK)’ 공략에 나섰습니다. 이날 경향신문의 대구 민심 르포 기사에 따르면 대구시민 다수가 “아직 표를 줄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역대 선거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 표를 몰아주던 대구 민심이 ‘후보 교체 파동’으로 유동적인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기사는 분석했습니다.
대선 후보 세 명의 대구 일정 사진을 모아 1면을 썼습니다. 사진은 대구라는 장소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대구 동성로에서 자신의 저서에 사인해주는 이재명 후보, 대구 신암선열공원을 찾아 참배하는 김문수 후보, 대구 경북대학교 학생들과 ‘학식’ 먹는 이준석 후보 사진입니다. 1면 사진이 정해지면 내일 또 대선 사진을 쓴다면 뭘 쓸 수 있을까를 고민이 시작됩니다. 답은 같습니다. ‘내일 생각하자.’
■5월 15일

<선거벽보 준비 이상무...이 안에 대한민국 ‘미래’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중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로부터 제출받은 선거 벽보를 확인하고 있다. 후보자 벽보는 오는 17일까지 전국 공공장소 8만여 곳에 부착될 예정이다. 권도현 기자
대선 후보들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주요 후보의 유세 사진은 지면과 온라인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뤄집니다. 기사와 사진의 양도 많습니다. 비슷비슷한 유세 장면을 비슷하게 콤보사진으로 엮어서 쓰는 건 정형화된 선거사진입니다. 그러다보니 연일 쓰다보면 피로감이 생깁니다. 좀 다른 사진 없을까, 생각하지만 그건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자의 욕심입니다. 한쪽 후보의 사진이 유난히 눈에 띄어도 다른 후보의 사진이 그저 그렇다면 나란히 쓸 수가 없습니다. 선거사진의 ‘기계적 균형’에 회의가 드는 지점입니다.
사진을 다루는 입장에서 보면 후보들 사진만큼이나 선거관리위원회의 사무일정도 중요합니다. 1면 사진은 접수 마감된 대선 후보자 7명의 선거벽보를 선관위 직원들이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2강 혹은 3강 후보 중심으로 사진을 쓰다가, 사진 속 사진일지언정 출마 후보 전부를 처음으로 함께 보여준다는 데 의미를 뒀습니다.
■5월 16일

<모진 매질의 기억, 상무대 앞에서> 45년 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공군부대에서 복무하다 탈영해 시민군으로 활동한 이재춘씨가 지난 14일 광주 서구 5·18 자유공원에 복원돼 있는 상무대 영창 앞에 서 있다. 정효진 기자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앞두고 지면에 ‘단독기사’가 실렸습니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살던 이재춘씨는 군인이었습니다. 5·18 당시 그는 부대를 이탈해 시민들과 함께 전두환 신군부의 불법계엄에 맞섰습니다. 계엄군 아닌 시민군의 편에 섰던 유일한 군인입니다. 경향신문을 통해 처음 공개된 내용입니다. 44년 만인 지난해 다시 불법계엄을 목도했기에 더 묵직하게 읽히는 기사입니다.
1면 사진은 모질게 매질을 당했던 옛 상무대 영창 앞에 선 이재춘씨의 모습입니다. 앞서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1면 사진이 모두 대선 사진입니다. 다음 주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5·18과 이재춘씨의 사연은 연속된 대선사진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일련의 1면 사진들 흐름에 ‘리듬’을 고민합니다만, 대선 같은 큰 사건 앞에서는 방법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