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공습을 가한 17일(현지시간) 북부 가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중재국 카타르에서 인질 송환과 휴전 협상을 재개했다. 1차 휴전협정 종료 후 두 달 동안 가자지구에 공습을 퍼부은 이스라엘은 2차 휴전 협상 준비 기간에도 가자지구 점령 계획인 ‘기드온의 전차’ 작전을 개시했다. 이 공습으로 가자지구 주민 수백 명이 다치거나 숨졌다.
이스라엘 일간지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양측이 카타르 도하에서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협상은 지난 3월1일 1차 휴전협정이 종료된 지 두 달여 만에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은 협상 수 시간 전인 전날 밤 기드온의 전차 작전을 개시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군이 기드온의 전차 작전을 시작하자 하마스 대표단이 협상 거부 입장을 바꿔 복귀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휴전 일정, 인질 및 포로 교환 조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군 등 사항을 논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칸11 방송은 양측이 1개월 반에서 2개월 정도 휴전하는 동안 10명의 이스라엘 인질과 200~25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교환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가 2차 휴전 10일째 되는 날 생존 인질과 사망자 현황을 구체적으로 적은 명단을 이스라엘에 보내는 안도 논의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협상 과정에서도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통화하면서 가자지구 상황과 가자지구에 억류된 모든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방법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 팔레스타인 소식통은 협상 타결 과정에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이스라엘의 종전 여부라고 칸11에 말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종전 확약을 요구하고 있다. 휴전 협상 상황을 잘 아는 소식통은 이번 도하 회담에서 아무런 진전이 없었으며, 양측이 각자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밝혔다.
하마스 지도부의 미디어 고문 타헤르 알누누는 “이번 협상은 양측에서 어떤 전제조건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됐다”며 “모든 쟁점에 관해 대화가 열려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이스라엘이 합의가 며칠 내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자 주민들을 엄격히 통제되는 민간 거주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4개의 점령구역을 설치하고 그 중간중간에 총 3개의 민간인 구역을 둘 계획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협상 대표단을 카타르로 파견한 이후에도 가자지구에 공습을 퍼부었다. 이스라엘군은 기드온의 작전 개시 이후 베이트라히야와 자발리야 난민 캠프 등 가자지구 북쪽과 남부 도시 칸유니스 등 지역에 공습을 가했다. 지상군도 중부 데이르알발라를 향해 진격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이날까지 하루 동안 가자지구에서 최소 146명이 사망했으며, 459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수많은 사람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묻혀 있으며, 시신 수습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폭격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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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연맹은 이날 공동 성명을 채택하고 “가자지구 유혈사태를 끝내고 긴급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한 곳에 차질 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가자 주민을 강제 이주시킨 뒤 현지를 개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에 대한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같은 날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참석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굶주림을 전쟁의 무기로 사용하는 행태는 국제법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품 반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