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17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교사들과의 만남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화를 위해 권력을 쓰겠다고 한 것은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하메네이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16일 중동 순방 기간 이란을 향해 핵 협상에 응하라고 촉구한 이후 나왔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테헤란에서 교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트럼프는 평화를 위해 권력을 사용하고 싶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거짓말이었다. 그와 미국 행정부는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벌이고 가능한 모든 곳에서 전쟁을 일으키는 데 권력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하메네이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10t 폭탄을 제공해 이스라엘이 이를 “가자지구의 어린이, 병원, 레바논인들의 집, 가능한 모든 곳에 투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는 또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은 부패, 전쟁, 분열의 근원”이라며 “치명적이고 위험한 악성종양인 시온주의자 정권은 반드시 근절돼야 하며 근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하메네이의 이날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순방 기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핵 합의를 원한다면서도 이란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13일 사우디아라비아·미국 투자포럼 연설에선 “이란 지도자들은 해외 테러와 유혈 사태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국민의 부를 훔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메네이는 구체적인 사례를 들지 않은 채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발언은 “수준이 너무 낮아서 트럼프 자신도 부끄럽고 미국 국민도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은 2015년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 행동계획)를 체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 때인 2018년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미국과 이란은 지난달 12일 고위급 핵 협상을 재개해 지난 11일까지 4차례에 걸쳐 오만의 중재로 회담했다. 미국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 이란은 민수용 우라늄 농축은 포기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이날 발언은 미국이 이란을 향해 핵 합의 압박 수위를 올리는 상황에서 이란 강경파의 원론적인 태도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과) 협상 중이고 앞으로도 협상할 것”이라며 “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어떠한 위협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그들(미국)이 우리를 위협한다고 해서 우리가 인권과 권리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협상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며 군사, 과학, 핵 등 여러 분야에서 쌓은 명예로운 업적을 쉽게 잃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