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열린 ‘인터배터리 2025’ 행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전시한 46시리즈 배터리. 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부진에도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리고 있다. 꾸준한 투자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내실을 다지는 등 미래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18일 각사 분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3사의 R&D 비용은 총 742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사 R&D 합산 비용(6611억원)보다 12.3% 증가한 수준이다.
올해 들어 R&D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있는 곳은 삼성SDI다. 1분기 35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374억원)보다 5.8% 늘었다.
1분기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도 삼성SDI가 11.2%로 가장 높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4.9%, SK온은 4.83%였다.
삼성SDI는 전기차 각형·원형 전지, 전동공구 및 모빌리티 원형전지, IT제품용 파우치 전지, 전력저장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지 등의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도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용량 확대, 제조 공정 안정화, 소재 공급망 수립 등 연구개발에 역량을 쏟고 있다.
전반적으로 시설투자에는 다소 소극적인 모습이다. 올해 1분기 삼성SDI 시설투자 금액(7744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1조6000억원)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 SK온도 같은 기간 시설투자 금액이 2조4300억원에서 1조5218억원으로 37.4% 감소했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시설투자 금액이 2조9075억원에서 3조410억원으로 4.6% 증가했다.
배터리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북미·유럽을 포함한 해외 공장 증설, 기술 투자 등 재원 마련 부담은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올해 1분기 국내 배터리 3사의 차입금 규모는 총 49조6000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말 기준 42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7조원 이상 커진 금액이다.
차입금은 SK온의 증가폭(15조5997억원→20조3907억원)이 가장 컸다. 1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차입금은 각각 17조6126억원과 11조6155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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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업계는 2분기부터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발 관세 여파로 당분간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보수적인 운영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원통형 배터리 등 신모델 출시로 공장 가동률 상승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 의무화 폐지 등 트럼프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 백지화에도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커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1분기를 저점으로 2분기부터는 배터리 업황도 조금씩 개선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