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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심제 허무는 ‘재판소원’, 대선 뒤 차분히 논의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재판소원’ 허용 법안에 헌법재판소가 동의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헌법재판소법 68조 1항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개정안은 여기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 부분을 삭제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법원 재판 결과도 헌재가 최종 결정권을 행사하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

국민의 기본권 신장을 위한 논의는 늘 필요하고 환영할 일이지만 지금의 재판소원 도입 논의가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결정을 내리자 대법원 공격을 위해 추진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법원장과 헌재소장의 국가 의전 서열이 대통령과 국회의장에 이어 세 번째로 똑같다. 그러나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헌재의 위상은 올라가고 대법원은 내려간다.

헌법소원은 공권력 행사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구제하는 제도다. 법률 절차를 거치고도 기본권을 구제받지 못하거나, 부당한 공권력에 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할 때 국민 누구나 헌재에 헌법소원을 낼 수 있다. 제도 취지를 고려하면 공권력 행사에 입법·행정 외에 판결 같은 사법이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재판소원 제도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또 다른 기관이 판단하는 것은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 역시 부정할 수 없는 명제다.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국회는 법을 만들고, 정부는 법을 집행하고, 법원은 법을 해석한다. 헌법은 민사·형사·행정에 관한 재판권을 법원에 부여했다. 재판은 3심제이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면 그것으로 끝나야 한다. 지금도 대법원이 처리하는 사건은 연간 4만건이 넘는다. 이 사건의 상당수가 헌재로 다시 넘어간다면 불필요한 법적 분쟁과 혼란이 뒤따르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재판소원은 재판을 한 번 더 받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이 진정으로 도입 의지가 있다면 지금처럼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특검 및 청문회와 동시에 밀어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선 대선 공약으로 제시해 유권자들 동의를 구한 뒤 차분히 추진하는 게 정도다. 차제에 헌재와 대법원 간 갈등을 줄이고 두 기관의 권한을 정밀하게 구분하는 일도 해야 한다. 두 기관이 충돌하면 피해는 결국 국민이 본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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