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서 파면된 윤석열이 지난 17일 “대선 승리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며 국민의힘을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탈당 요구에도 ‘떠밀려 나가지 않겠다’며 버티다가 대통령 선거 17일을 앞두고 뒤늦게 탈당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저지른 불법계엄으로 인해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됐는데도 반성과 사죄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대신 탈당이 마치 대단한 희생이라도 되는양 대선 승리를 거론했다. 가당치 않은 몰염치에 헛웃음만 나올 뿐이다.
윤석열은 페이스북에 올린 15줄짜리 탈당 입장문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수차례 언급했다.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당을 떠난다”거나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했다. 6·3 조기 대선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존속, 붕괴의 갈림길’이라고 규정한 뒤 “자유민주주의 없이는 국민행복도 없다”고도 했다. 불법 계엄으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장본인이 자유민주주의를 입에 올리다니 그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대체 어떤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윤석열은 탈당 입장문에서 “대선 승리를 위해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자신의 탈당으로 강성 지지층이 이탈할 것을 우려해 결집을 당부한 것이다. 그의 탈당에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민심을 돌리기 위한 ‘중대한 결단’으로 포장하고 나섰지만 그렇게 받아들일 국민이 대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대선이 2주 남은 상황에도 김문수 후보 지지율이 30%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한 데다, 자신의 거취 논란으로 내분이 사그라들지 않자 참패 책임을 뒤집어 쓸 것을 우려한 눈속임 탈당이란 걸 모르는 이가 드물 것이다.
탄핵의 강을 건너려면 윤석열과의 절연이 필수조건이라는 게 다수 국민 요구인데도 국민의힘은 파면 한달이 넘도록 그의 ‘1호 당원’ 자격을 유지시켰다. 윤석열 출당·제명의 결단을 내렸어야 할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며 미온적 대응으로 일관했고, 친윤석열계 인사들을 선거대책위원회에 포진시키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결국 윤석열의 탈당은 국민의힘이 내란 우두머리와 절연할 마지막 기회를 잃은 꼴이다.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당에게 표를 주고 국정을 맡길 국민은 없다는 걸 국민의힘과 김 후보는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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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을 탈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4차 공판을 하루 앞둔 18일 서울지방법원 서문에 출입 통제문이 붙어 있다. 권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