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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탕’의 변신

입력 2025.05.18 19:48

수정 2025.05.1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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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날이다. 오늘따라 유독 ‘골탕 먹었다’는 말이 자꾸 입가를 맴돈다. 일이 실타래처럼 엉킨 하루였다. 아침부터 서두르다 버스를 잘못 탔고, 오후에는 예상치 못한 일로 친구와 한 점심 약속마저 깨졌다. 연이어 터지는 난감한 상황에 ‘골탕 먹었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퇴근길, 익숙한 골목길 단골 식당의 따뜻한 불빛이 위로처럼 느껴진다. 뜨끈한 주꾸미탕을 앞에 두고 오늘 하루를 떠올리니 쓴웃음이 나온다. 따뜻한 음식을 먹다 생각해보니 우리는 곤란하거나 손해를 볼 때 ‘골탕 먹었다’는 표현을 쓴다. ‘골탕’은 본래 음식 이름이었다. 예전에는 소의 등골이나 머릿골에 녹말이나 밀가루를 묻혀 기름에 지지고, 달걀물을 입혀 맑은장국에 넣어 끓인 국을 ‘골탕’이라고 불렀다. 듣기만 해도 손이 많이 가는, 꽤나 귀한 음식이었을 듯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골탕’의 뜻은 서서히 바뀌었다. ‘곯다’가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준 듯싶다. ‘곯다’는 원래 ‘속이 물러 상하다’라는 뜻이었지만, 점차 ‘은근히 해를 입어 병이 들다’라는 의미도 포함하게 됐다. 발음이 비슷한 ‘골탕’과 ‘곯다’의 부정적인 의미가 자연스레 연결됐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먹다’가 단순히 음식을 먹는 의미를 넘어 ‘입다’나 ‘당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이게 되면서 ‘골탕 먹다’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는 일을 뜻하게 되었다. 실제로 과거 시험에 떨어진 선비들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골탕 먹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한다.

국 요리의 한 종류였던 ‘골탕’이 난처한 상황을 의미하는 말로 바뀐 점은 언어의 변화가 얼마나 흥미로운지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무심코 쓰는 말 뒤에 이런 다채로운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다는 점이 참으로 신기하다.

흔히 쓰는 ‘골탕 먹다’란 말 뒤에는, 맛있는 국 요리에서 곤란한 상황을 빗대는 뜻밖의 변화가 숨어 있다. 말의 어원이란 늘 명확한 건 아니지만, 넓게 보면 이 또한 언어의 자연스러운 확장일 듯싶다. 사람들이 별생각 없이 쓰는 평범한 말 한마디에도, 깊은 의미와 오랜 시간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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