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시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



완독

경향신문

공유하기

닫기

보기 설정

닫기

글자 크기

컬러 모드

컬러 모드

닫기

본문 요약

닫기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내 뉴스플리에 저장

닫기

시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

[반복과 누적]시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

“음악적 갈망보다 문학적 욕심으로 시작되었어요.” 새 앨범 <집중호우 사이>(사진)를 발표한 정태춘의 고백이다. 그의 말처럼 음반에는 12편의 시(詩)가 처연해서 더욱 아름다운 선율에 실려 흐른다. 미국 시인 메리 올리버의 정의 그대로다. “시는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입니다. 빈 바구니예요. 당신의 인생을 거기 집어넣고 그로부터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거죠.” 마치 정태춘과 박은옥이 걸어온 세계를 대변하는 것처럼 읽힌다.

노래와 연주와 가사가 동등한 위치에서 작동하는 음악이 있다. 시적인 노랫말과 최소한의 소리만으로 정물적 고요함을 길어 올린 음악이 있다. 여기에는 도도한 외침도, 강렬하게 내리치는 악기도 없다. 정태춘은 탄식 같은 읊조림으로 그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노래한다. 이제 고백의 시간이다. 첫 곡 ‘기러기’를 감상하면서 울컥하는 심정을 감추려 애썼다. 버스 안에서 하마터면 눈물 흘릴 뻔했다. 과연 그렇다. 때로는 속삭임이 거대한 웅변보다 더 오래 귓전을 흔들 수 있다.

나도 안다. 정태춘이라는 거인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거장이라는 이유로 무조건적 경배나 주례사 비평을 획득할 수는 없다. 내 독후감은 이렇다. <집중호우 사이>가 2025년 최고 작품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뛰어넘는 감동을 선사하는 앨범이 나올까 싶다. ‘기러기’와 더불어 섬세한 기타 선율 위로 가창과 독백을 오고 가는 ‘도리 강변에서’의 품격 있는 진행은 찬탄을 절로 부른다.

세월이 이끼처럼 누적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음악이다. 정태춘은 노랫말과 음악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삶의 진상을 기록할 뿐이다. 그리하여 어떤 진실에 다가선다. 세상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어딘가에 분명 그윽하고 깊은 것이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이 음악을 들어야 한다. <집중호우 사이>다.

  • AD
  • AD
  • AD

연재 레터를 구독하시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하시겠어요?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콘텐츠 서비스(연재, 이슈, 기자 신규 기사 알림 등)를 메일로 추천 및 안내 받을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아니오

레터 구독을 취소하시겠어요?

구독 취소하기
뉴스레터 수신 동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안녕하세요.

연재 레터 등록을 위해 회원님의 이메일 주소 인증이 필요합니다.

회원가입시 등록한 이메일 주소입니다. 이메일 주소 변경은 마이페이지에서 가능합니다.
보기
이메일 주소는 회원님 본인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합니다.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하신 경우, 인증번호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지 않습니다.
뉴스레터 수신 동의
닫기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뉴스레터, 구독 서비스를 메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경우 [마이페이지 > 개인정보수정] 에서 언제든 동의를 철회할 수 있습니다.

※ 동의를 거부하실 경우 경향신문의 뉴스레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만 회원가입에는 지장이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 1이메일 인증
  • 2인증메일 발송

로 인증메일을 발송했습니다. 아래 확인 버튼을 누르면 연재 레터 구독이 완료됩니다.

연재 레터 구독은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닫기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