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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노영방송’은 없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민노총 조합원들이 압도적으로 MBC를 좌지우지 지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념적 좌편향 보도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과 보수언론들은 구성원들의 자율성이 높은 방송을 ‘노영방송’으로 낙인찍어 노조가 방송을 장악해 불공정 방송을 한다는 프레임을 씌워왔다. 그러면서도 정작 민주노총이나 언론노조가 어떻게 보도와 편성에 개입하는가에 대한 구체적 사례나 심지어 정황조차 제시하지 못한다. MBC 구성원 대다수가 가입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이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사실만 되뇔 뿐이다. ‘노영방송’이라는 실체가 없는 허깨비를 만들어놓고 허깨비라며 비난하는 꼴이다.

그러나 권력이 침탈하지 못해 ‘노영방송’으로 불릴 때 MBC는 신뢰도와 영향력 조사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는 내부 구성원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언론인들은 누구의 지시에 따라 쉽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직업적 속성과 정체성은 고도의 자율성을 추구한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편향적 성향과 관점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집단지성에 의해 걸러진다. 치열한 내부 토론과 논의 과정은 이러한 편향과 오류를 수정하는 장치다.

어느 시대나 사회에서도 언론의 자유와 독립은 늘 위태롭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광고주들도 언론자유를 넘본다. 외부 개입이 취재와 보도·제작 과정에 들어오는 주요 통로는 경영진인 경우가 많다. 정치권력이나 광고주가 기자나 제작진에 직접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경영진은 정치적 관계뿐만 아니라 경영 성과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언론의 독립을 지켜주고 외부 파도를 막는 방파제가 돼야 할 경영진이 오히려 트로이의 목마가 돼 침입 세력에 성문을 활짝 열어주기도 한다. 외부 간섭 세력과 한통속이 되어 행동대 노릇을 하며 내부의 비판을 봉쇄하고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사례도 많다.

소유주가 있는 사영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공영 언론조차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를 개선해 정치적 독립성을 높인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언론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운용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내부의 견제와 비판은 그러한 우려를 완화하고 언론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화벽 구실을 할 수 있다. 구성원들의 내적 자유는 집단적으로 행사되므로 상호 견제와 감시 기제가 작동한다. 따라서 특정 개인의 판단과 성향이 부분적으로는 드러날 수 있지만 큰 일탈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아무리 위생을 관리하더라도 병균을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예방을 위한 각종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모든 질병의 감염에서 벗어날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내부의 면역체계이다. 내부적인 견제와 자율성은 언론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건강하게 지켜주는 면역력이다. 외적 압력과 간섭을 물리치는 언론사 내부의 방어 시스템이다. 그것이 권력과 자본에 쉽게 무너지지 않고 성역 없는 비판과 감시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이 된다. 미국 뉴욕타임스나 영국 가디언, 프랑스 르몽드 같은 언론은 미디어 시장의 변화에 따라 소유주가 바뀌면서도 편집권 독립의 가치와 관행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저널리즘 가치가 세계적 권위와 신뢰의 원천이며 자산이다.

최근 한국언론학회와 미디어오늘의 공동조사에서 언론학자들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자유가 가장 낮았던 시기는 윤석열 정부라고 평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앞세워 KBS 이사진과 사장을 교체하고 방송 구성원들의 자율과 독립성이 높은 방송을 ‘노영방송’으로 규정하며 대통령실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앞장서서 집요하게 탄압하고 핍박한 결과일 것이다. 언론자유의 척도는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과 더불어 편집과 편성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얼마나 보장되는가에 달려 있다. 이제 곧 출범할 새 정부에 기대를 걸어본다.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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