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내부서도 “떠밀려서 늦장 탈당”…대선 영향 미미 관측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문수에게 힘을 모아달라”며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12·3 불법계엄에 대한 사과 없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를 촉구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조차 “억지쇼” “사과 한마디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 후보나 당 차원의 절연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선에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서 “오늘 국민의힘을 떠난다”며 “국민의힘을 떠나는 것은 대선 승리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불법계엄 언급이나 사과는 없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전체주의 독재를 막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며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은 대선 패배에 대한 당내 우려가 커지는 시점에 나왔다. 특히 지난 16일 핵심 지지지역으로 꼽히는 대구·경북(TK)에서 김 후보 지지율이 50%에 못 미친 것이 위기 신호로 해석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TK에서 김 후보 지지율은 48%에 그쳤다. 지난 대선 TK에서 윤 전 대통령 득표율은 73.9%였다.
윤 전 대통령 탈당을 두고 당내에서도 정치공학적 ‘쇼’로 비칠 수 있어 대선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윤 전 대통령 탈당이 대선에 폭발적인 힘이 있지는 않을 것 같다”며 “윤 전 대통령이 엄청난 결단, 희생을 한 것처럼 했는데 그냥 떠밀려서 한 것이고 당이 절연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대선에 별 영향도 없고 억지쇼에 가깝다”고 했다.
늦은 탈당 시점, 사과 없는 당당한 태도 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류제화 국민의힘 세종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서 “‘이기고 돌아왔다’는 식의 위풍당당한 탈당”이라며 “계엄으로 인해 치르게 된 계엄 대선을 코앞에 두고 이뤄진 뒤늦은 탈당”이라고 적었다. 그는 “국민과 당원에 대한 사과 한마디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가 주도적으로 나서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리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이런 당내 비판을 키우고 있다. 김 후보는 그간 탈당은 윤 전 대통령 결단에 맡겨야 한다며 탈당을 압박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해왔다.
일각에서는 당이 친윤석열계 장예찬 전 최고위원의 복당을 승인하고, ‘윤어게인’ 신당을 추진했던 김계리 변호사가 입당을 신청한 것이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라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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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계에서는 윤 전 대통령 탈당을 ‘희생’ ‘결단’으로 띄우며 옹호를 이어갔다. 한 친윤계 당협위원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탈당은) 대통령의 희생”이라고 말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 당적까지 내려놓은 윤석열 대통령”이라며 “누가 더 당을 사랑하는지 자명하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탈당하더라도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당의 원로로 예우받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