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신축 현장 붕괴사고 사흘째였던 2022년 1월13일 구조대가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이 1년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처분의 실제 적용은 한참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이 곧바로 소송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주요 건설사고 사례를 보면, 국토교통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건설사들은 곧바로 법원에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내는 방식으로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은 행정처분 효력을 정지할 수 있어서다.
소송이 1심에서 종결돼도 사건 발생으로부터 4년은 훌쩍 지난다. 최종심까지 가게 되면 사건 이후 5년은 지나야 실제 행정처분이 가능한 셈이다.
HDC현산, 영업정지 20개월 ‘유예 중’
18일 서울시의 건설업 영업정지 처분 공고를 보면,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에 따른 HDC현산의 토목건축공사업 영업정지 기간은 다음달 9일부터 12개월이다. 영업정지 기간에는 기존의 공사는 그대로 진행할 수 있지만 새로운 사업은 수주할 수 없다.
서울시의 영업정지 처분은 2022년 1월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바닥 면·천장·내외부 구조물이 무너져 현장 작업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지 3년 4개월 만에 나왔다.
현재 HDC현산은 사업비가 1조원에 이르는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권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15일 시공사 선정 입찰에 HDC현산과 포스코이앤씨 두 곳이 참여했고, 다음달 중순 최종 시공사 선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를 앞두고 나온 서울시 행정처분에 대해 HDC현산은 “즉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021년 6월10일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철거건물 붕괴 참사 현장에서 국과수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HDC현산은 2021년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다친 광주 학동 붕괴사고와 관련해서도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다. 2022년 3월에 서울시가 부실시공에 대해 8개월의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리자 불복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이 효력정지 신청을 인용하면서 HDC현산은 일단 영업정지를 피하게 됐다.
지난달 21일 1심 법원은 서울시의 영업정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건축물 해체 공사가 부실했고, 중대한 과실도 있었다는 것이다. HDC현산은 이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즉시 항소했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와 학동 사고를 합치면 HDC현산은 총 20개월의 영업정지를 소송으로 미뤄둔 셈이다.
국토부 ‘직권’에도 똑같이 ‘소송 대응’
국토부는 2022년 7월 부실시공에 대한 행정처분을 국토부 직권으로 할 수 있도록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건설업 등록말소나 영업정지 처분 권한이 지자체에 위임돼 있어 사고 업체에 대한 처벌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처벌 수위도 약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건설사가 소송으로 제재를 피하는 수순은 국토부가 직접 행정처분을 내린 사건도 동일하다.
‘철근 누락’이 원인으로 드러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시공사인 GS건설 등은 지난해 2월 국토부 직권으로 영업정지 8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서울시도 추가로 2개월의 영업정지를 내렸다.

지난 2023년 4월29일 지하주차장 1~2층 지붕 구조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연합뉴스
GS건설은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와 국토부의 영업정치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집행정지 가처분도 동시에 신청했다.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면서 GS건설은 총 10개월의 영업정지를 피한 상태다.
1심에서 끝내도 4년이 넘는다
2022년 10월 5명의 사상자를 낸 ‘안성 물류공장 추락사고’는 국토부가 시행령 변경 이후 직권으로 영업정지를 내린 첫 사례다. 시공사인 SGC이테크건설에 8개월 영업정지를 처분했다. 역시 소송으로 집행이 정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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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영업정지가 집행된 태영건설의 사례를 보면 사고 발생으로부터 영업정지까지 4년이 넘게 걸렸다. 태영건설은 2017년 12월 김포시 운양동 도시형생활주택 신축공사 현장에서 하도급업체 노동자 2명이 질식사하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2020년 9월 경기도로부터 3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태영건설은 법원에 영업정지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가 2022년 3월 1심에서 패소했다. 이때 항소하지 않아 2022년 3월25일부터 3개월간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4년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