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시민이 서울역을 바라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점선면은 지난주 구독자 참여 이벤트 ‘내가 바라는 공약은?’을 진행했어요. 짧은 시간 정말 많은 분이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독자님들이 꿈꾸는 새로운 한국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점선면은 오늘부터 독자 여러분이 기대하는 공약을 바탕으로 이번 대선 주요 의제를 분석하는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각 후보가 의제와 관련해 어떤 공약을 냈는지도 함께 정리합니다. 첫번째 의제는 ‘지역균형발전’입니다.
-광덕산복숭아님(인천·경기, 20대 남성)
저는 수도권에 거주 중이지만 수도권에 사는 것은 편치 않습니다. 집값, 통근시간 등 문제가 많아요. 지방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지방에서 몇 년을 보낸 적이 있는데 상업지구는 활발해져도 문화면에서는 서울에 한참 뒤떨어집니다. 문화를 즐길 수 있다면 상업지구가 함께 올 것이고 일자리도 창출되고, 문화 인프라 부족으로 인해 대도시로 이사하는 일이 줄지 않을까요?
-베르다님(인천·경기, 30대 여성)
저성장 극복, 일자리 창출, 기혼부부에게만 국한되지 않은 저출산 정책(수도권 쏠림 완화, 다양한 형태의 가족 인정, 대기업-중소기업 격차 해소)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대기업 혹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기 위해 모두가 행복을 유예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정상궤도 안에 들어가야 안전한 사회라서가 아닐까요. 무엇이든 시도해도 괜찮고, 대학이나 직장이나 어딜 가도 살만한 사회가 되면 좋겠네요. 이상적이긴 하지만, 이런 사회를 만들겠다고 외치는 후보를 뽑고 싶습니다.
-말포이님(인천·경기, 20대 여성)
지역균형발전, 어떤 비전 있나요?
서울이 모든 자원을 빨아들이는 ‘서울공화국’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과도한 수도권 쏠림 현상과 지역 소멸은 한국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죠.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3월 전국 288개 시·군·구 가운데 130곳(57.0%)이 ‘소멸위험지역’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대선 후보들도 국토·지역균형발전을 주요 공약에 담았습니다. 이재명·김문수·이준석·권영국 후보 모두 행정수도 세종 이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수도를 옮겨서라도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한 셈입니다.
행정수도 이야기는 대선 전부터 계속 나왔으니, 오늘은 우리 생활에 더 와닿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살펴볼게요. 가장 눈에 띄는 건 후보들의 균형발전 공약이 대부분 ‘대대적인 투자·건설을 통한 경제적 인프라 확충’이라는 겁니다. 후보들의 인식과 방법론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5대 초광역권(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과 ‘3대 특별자치도(제주·강원·전북)’ 추진을 공약했습니다. 권역별 핵심 산업도 제시했는데요. 경남에서는 우주·항공을, 호남에서는 인공지능(AI)과 재생에너지를, 부산에서는 해양수산부 이전 등 통상·해양을 강조했습니다. 각 권역에 GTX(광역급행철도)를 건설한다는 구상도 밝혔습니다.
김문수 후보도 기존의 특구 제도를 통폐합해 미래첨단산업 ‘메가프리존’을 조성하겠다고 약속해요. 메가프리존에서는 지자체의 규제 완화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하는데, 최저임금이나 노동시간 관련 규제도 완화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김 후보도 5대 광역권에 GTX를 확대해 ‘30분 출퇴근’ 생활권을 만들겠다고 했어요.
이준석·권영국 후보의 공약은 조금 다릅니다. 이 후보는 해외로 이전한 기업들이 국내 산단으로 공장을 이전(리쇼어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해요. 이를 위한 유인책으로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규제 완화’를 걸었습니다. 권 후보는 지자체가 100% 출자해 소유하는 지역공공은행(공공금융)을 통해 중소기업, 소상공인, 저소득층 등의 위기관리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공약했어요.
일자리와 경제적 인프라는 균형발전의 필수 요소입니다. 그런데 단순한 개발 위주 정책으로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산단과 제조업 공장을 유치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시기는 끝났다”고 말하는데요. ‘일자리 숫자’ 이상으로 어떤 일자리가 필요한지, 노동조건은 어때야 하는지 등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아쉽지만 현재까지 각 후보의 공약은 ‘숫자’에 치중한 것처럼 보입니다. 공약을 어떻게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과 연결할지, ‘숫자’ 이상의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남은 기간 잘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의료·교육격차도 지역 인구 감소의 주요 원인인데요. 이 영역은 이재명 후보와 권영국 후보가 비교적 구체적인 공약을 갖고 있습니다. 이 후보는 지역의대와 공공의료사관학교를 세워 지역 의료인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해요. 진료권을 중심으로 공공의료 인프라도 확대하겠다고 했습니다. 권 후보도 지역의대 설립, 국립의대 증원, 진료권별 의료체계 구축 등을 약속했습니다.
교육과 관련해서는 이 후보가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권 후보가 ‘9개 지방거점국립대 상향평준화 및 정원확대·등록금 폐지’를 내걸었습니다. 진보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제기해 온 의제인데요. 교육 거점에 그치는 게 아니라 광역생활거점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균형발전도 결국 ‘행복한 삶’의 문제입니다. 어디 있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면, 굳이 한곳으로 쏠릴 필요가 있을까요. 말포이 독자님의 의견처럼 “대학이나 직장이나 어딜 가도 살 만한 사회”를 궁극적인 비전으로 제시하는 정치인을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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