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심리하는 지귀연 부장판사. 이준헌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부장판사가 유흥주점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직접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의혹을 제기한 이후 재판 진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법조계 안팎에서 나오는 등 후폭풍이 커지자 스스로 입장 정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 부장판사는 19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4차 공판을 시작하기 직전 “진행에 앞서 한 말씀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 부장판사는 “최근 저에 대한 의혹 제기로 우려와 걱정이 많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 의혹 제기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야기를 안 하면 재판 자체가 신뢰받기 힘들 거란 생각에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 부장판사가 직접 입장을 밝힌 건 해당 의혹이 나온 지 5일만이다. 앞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14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 부장판사가 유흥주점에서 직무 관련자로부터 여러 차례 고급 양주 등을 접대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를 입증할 사진도 가지고 있다며 대법원 감찰과 지 부장판사 재판 배제를 요구했다.
그동안 법원은 지 부장판사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서울중앙지법은 의혹이 제기된 바로 다음날인 지난 15일 “해당 의혹 제기의 내용이 추상적이고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며 “밝힐 입장이 없다”고 했다. 다음날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실은 “국회 자료, 언론보도 등을 토대로 가능한 방법을 모두 검토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향후 구체적인 비위사실이 확인될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민주당 측은 “법원이 자정작용을 포기했다”고 반발했고, 관련 사진 공개 등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중요 사건을 진행하고 있는 지 부장판사 관련 논란이 신속히 정리돼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재판에서 지 부장판사는 “그런 곳에서 접대를 받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다”며 “무엇보다 그런 시대 자체가 아니다”라고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평소 삼겹살에 소맥만 마시면서 지내고 있다”면서 “삼겹살이랑 소맥 사주는 사람도 없었다”고도 했다.
이어 “중요 재판이 한참 진행되는 상황에서 판사 뒷조사에 의한 계속적인 의혹 제기, 이를 통한 외부의 자극이나 공격을 하나하나 언급하는 것 자체가 재판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저와 재판부는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