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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사각지대’, 공공버스로 해결한다···성동구의 ‘복지실험’

성동구, ‘성공버스’ 1·2·3노선 운행 시작

마을버스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도 운행

입소문 나면서 주민들 호응도 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4번출구 인근 성공버스 정류장에 14일 승객들이 줄을 서서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류인하 기자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4번출구 인근 성공버스 정류장에 14일 승객들이 줄을 서서 버스에 올라타고 있다. 류인하 기자

지난 14일 오후 2시, 지하철 왕십리역 인근 ‘성공버스’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주민들로 긴 줄이 늘어섰다. 정류장을 2~3개 지나자 버스는 금세 주민들로 가득찼다. 운전기사는 “평소에도 많지만 오늘따라 승객이 더 많다”고 말했다. 기사는 주민들이 탑승할 때마다 “출발합니다. 꽉 잡으세요”라고 안내했다.

성공버스는 ‘성동구 공공시설 무료 셔틀버스’의 줄임말이다. 지난해 10월 1노선 운행을 시작으로 이달 1일부터 2·3노선이 신규 운행에 들어갔다. 성동구를 다니다 보면 파란색·분홍색노란색의 성공버스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1·2노선은 복지관 등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이미 많은 주민들이 이용 중이다.

성공버스를 타면 주민센터와 문화센터, 도서관, 장난감세상, 50플러스센터, 성동안심상가 등 관내 주요 공공기관은 어디든 갈 수 있다. 성동구 주민이라면 누구나 QR코드를 발급받아 이용할 수 있다. 65세 이상 어르신 역시 공공시설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무료로 탑승가능하다.

1노선 버스에서 만난 A어르신(82)은 “성공버스가 생긴 이후 집 밖을 나가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복지관까지 두 정거장 거리밖에 안 되지만 걷기는 너무 힘들고, 그렇다고 마을버스를 타자니 돈이 아까워서 집에만 있었다”라고 말했다. 복지관을 통해 집 앞에서 성공버스를 탈 수 있다는 안내를 받은 이후로 그는 단골 승객이 됐다.

성공버스는 마을버스도 닿지 않는 곳을 보다 쉽게 오갈 수 있는 ‘발’ 역할을 하고 있다. 곳곳에 마을버스가 다니지만 성동구 내 공공시설과의 접근성이 매번 좋은 편은 아니다. 게다가 마장동과 사근동, 용답동 등 일부 지역은 마을버스 노선이 없다.

그래서 2노선은 왕십리역(성동구청)을 기준으로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용답동과 사근동, 마장동 일대를 모두 운행한다. 또 성공버스 정류장을 시내버스 정류장에 맞춰 정해 마을버스 없이도 성공버스를 타면 시내버스로 갈아탈 수 있도록 했다.

1·2·3노선 성공버스가 환승역인 왕십리역을 지나가는 모습. 성동구 제공

1·2·3노선 성공버스가 환승역인 왕십리역을 지나가는 모습. 성동구 제공

효과는 컸다. 이날 2노선 버스에서 만난 B어르신(78)은 “마을버스가 없어 매일 20분씩 언덕을 올라 131번 버스를 탔었는데 이제 성공버스만 타면 131번을 바로 탈 수 있다니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B어르신은 매일 요양병원에 있는 남편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 “오늘 이 버스를 처음 타봤다”는 B어르신은 “다리가 아파서 ‘이제 더워지면 남편보러 어떻게 다니나’했는데 걱정을 덜었다”라고 말했다.

“마을버스가 닿지 않는 곳까지 촘촘하게”

19일 성동구 관계자는 “마을버스가 없는 지역 주민들이 계속 서울시에 마을버스 설치를 요청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우리는 마을버스 노선 설치와 관련해 권한이 없어 이렇게라도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는 성공버스의 최우선 목표를 ‘유기적 환승’에 뒀다. 3개 노선 전체가 왕십리역(성동구청)을 경유하도록 하면서 성공버스와 마을버스, 시내버스, 지하철 간 환승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자칫 마을버스 수익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성공버스를 설치하는 과정도 쉽지는 않았다. 최대한 마을버스와 노선이 겹치지 않도록 정류장을 조정하더라도 버스조합의 반발이 있을 경우 사업 추진자체가 어려울 수 있었다. 구청장을 비롯해 담당 직원들은 여러차례 마을버스 조합을 만나 사업의 취지를 설명하는 등 설득작업을 거쳤다.

정원오 구청장은 “촘촘한 교통망이 곧 복지라는 생각으로 ‘성공버스’를 추진했다”며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앞으로도 주민 누구나 ‘이동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교통복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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