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보상 위해 사진·영수증 등 증빙자료 챙겨야
대전 한국타이어 화재 이후 주변 주민 건강 악화

19일 오전 광주 광산구보건소에서 금호타이어 화재로 인한 주민 피해 현황을 접수하는 창구가 운영을 시작했다. 이 창구는 28일까지 10일간 운영된다. 광산구 제공
“목이 너무 아파 병원 가던 길에 피해 신고를 하러 들렸습니다. 고령의 아버지도 계시는데 거동이 힘들어 함께 오지 못했습니다.”
19일 광주 광산구청 1층에 마련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피해 현황 실태조사를 위한 접수처’에 마스크를 쓰고 찾은 A씨(63)는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공장 인근에 집이있는 A씨는 “검은 연기가 수일 째 집을 덮쳐 숨쉬기조차 힘들다. 분진이 마당에 가득 쌓였다”고 말했다.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인한 연기와 분진 등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신고가 하루만에 1100건을 넘었다. 금호타이어와 광산구가 이날 오전 9시부터 마련한 피해 접수처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종일 이어졌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접수된 피해 신고는 1127건에 달했다. 기침과 두통 등 건강과 관련한 신고가 535건으로 가장 많았고 분진 등으로 인한 물적 피해 436건, 영업 손실 등 기타 피해 156건 이다.
주민 상당수는 고무 등이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와 냄새 등에 수일간 노출되면서 기침과 두통,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고 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주민들도 많다. 인근 약국의 약사는 “기관지 질환 등으로 병원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찾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불이 난 공장에서 6㎞ 정도 떨어진 광주 수완지구에 사는 국중근씨(65)는 지난 18일 자신의 차량에 검은색 분진이 내려앉은 것을 발견했다. 국씨는 “공장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이어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피해를 봤다”고 했다.
가게 등을 열지 못해 영업손실을 본 경우도 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행년씨(75)는 “불이 난 이후 연기와 냄새로 주말 장사를 다 망쳤다”고 했다.
광산구가 금호타이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피해 신고 접수는 주말과 휴일을 포함해 오는 28일까지 이어진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발생 사흘째인 19일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2공장에서 국과수, 소방, 경찰 등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주민들께서 피해 입증을 위해 사진을 찍어 두거나 병원이나 세차장 등의 영수증 등 증빙 자료를 보관해야 한다”면서 “접수를 받은 뒤 다시 연락해 보상 절차 등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는 지난 17일 오전 7시11분쯤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큰불은 잡혔지만 무너진 공장 곳곳에서 타이어 제조에 쓰이는 각종 원자재 등이 타면서 연기가 사흘째 이어져 주민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2023년 3월12일 발생한 대전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이후 인근 주민들의 건강이 악화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당시 화재는 58시간 동안 이어지며 21만 개의 타이어가 불탔다.
충남대 의과대학 한창우 교수 연구팀이 2024년 12월 발표한 ‘대전시 한국타이어 공장의 대형 화재에 따른 인근 지역 주민의 건강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화재 직후 10일 동안 공장 인근 지역 주민들의 각종 질환이 증가했다.
연구팀은 건강보험청구 자료 등을 분석해 상기도 질환 발생은 20.6건, 폐 질환 2.5건, 신경계 질환 8.5건, 피부 질환은 5.9건 늘어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대형 화재로 인해 유해물질 농도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주민들의 건강이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광주시는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특별교부세 지원을 건의했다. 또 공장이 장기간 문을 닫을 경우 노동자 2350여명의 고용이 불안해질 수 있는 만큼 고용유지지원금 지급도 건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