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중도보수’ 표방하며 ‘우클릭’ 행보
국민의힘도 반대하거나 ‘사회적 합의’ 요구
2022년 조사선 응답자 3명 중 2명이 ‘찬성’

6·3 대선에 출마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왼쪽)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18일 서울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SBS 화면 캡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9일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언제나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국민통합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대선 후보 첫 TV토론에서 “지금 당장 해야 될 일들을 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의 연장선상이다. 차별금지법은 ‘먼저 할 일’이 아니라 ‘나중에 할 일’이라는 취지로 보인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묘소를 참배한 뒤 “지금은 민생과 경제를 회복해서 지속적인 성장의 길로 가게 하는 것이 가장 급하다. 가치 지향적 문제도 중요한 문제이긴 한데 당장 생존의 문제가 더 급하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은) 충분히 논의하고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차별금지법이란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 지향, 인종, 종교 등 모든 생활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다.
이 후보는 전날 대선 후보 경제 분야 TV 토론회에선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방향은 맞다고 보지만 현안이 복잡해 새롭게 논쟁·갈등이 심화하면 지금 당장 해야 될 일들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답변을 들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영원히 못할 것 같다”고 비판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민주당의 ‘나중에’ 기조는 계속돼왔다. 이재명 후보는 19대 대선 경선 후보 시절인 2017년 뉴스타파 유튜브에 출연해 “(차별금지를) 법으로 만들어 강행하기까지는 사회적 합의가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20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에도 한국교회총연합을 방문해 “긴급한 사안이라면 모르겠지만 차별금지법은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19대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찾아 “동성애나 동성혼을 위해 추가적인 입법(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며 “성적 지향을 차별해선 안 되도록 현행 인권위법에 규정돼 있으므로 추가 입법으로 인한 불필요한 논란을 막아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 2021년 임기를 6개월 남기고선 “(차별금지법은) 인권 선진국이 되기 위해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말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민주당은 6·3 대선을 앞두고 ‘중도보수 정당’을 표방하고 보수층에 구애하며 ‘우클릭’ 중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대선 국면에선 현실적으로 보수 종교계의 영향력을 무시하기 어려워 차별금지법 언급 자체를 자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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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도 차별금지법을 반대하거나 사회적 합의를 요구한다. 12·3 불법계엄 사태를 일으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대 대선 후보 시절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에 보낸 답변서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에 대해선 국민적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며 “국민 여론 수렴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보정당과 인권단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본다. 2022년 인권위가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7.2%가 찬성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이날 입장문에서 “윤석열 파면 이후 등장할 새 정부의 책임은 그 어떤 시민의 삶도 차별과 불평등 속에 남겨두지 않겠다 약속하는 것”이라며 “차별금지법은 더 이상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핑계로 미루거나 치워버릴 수 있는 의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