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은 대선 후보들이 정책·비전을 알리고 서로 검증·공방하며 주권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무대다. 6·3 대선에선 그것이 더 중요해졌다. 윤석열 내란·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이라 시간이 짧아, 후보의 국정 구상과 됨됨이를 평가할 무대로 주목도가 커진 것이다.
TV토론에 초청되려면 원내 5석 이상의 정당 후보자, 직전 선거에서 3% 이상 득표한 정당의 후보자, 공식 선거운동 기간 30일 전부터 전날까지 공표된 여론조사의 평균 지지율 5% 이상인 후보여야 한다. 그래서 소수정당 후보들은 TV토론을 스스로를 알리고 거대 양당 후보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여긴다. 이번에 이준석 개혁신당·권영국 민주노동당(사회대전환연대회의) 후보까지 4명만 허들을 넘은 까다로운 조건이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떨어뜨리려 나왔다”고 했던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2017년 대선에서 ‘귀중한’ 마지막 1분을 “성소수자의 인권과 자유를 존중하는 게 민주주의”라고 발언했던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심 후보의 발언은 우리 사회에서 지워진 또 하나의 ‘투명인간’을 정치 무대에 드러낸 특별한 접근이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혼자 오지 않았습니다.” 지난 18일 이번 대선 첫 TV토론에 나선 권영국 후보의 인사말이다. ‘빛의 혁명’의 주역인 광장 시민들의 말로 대선에 임하겠다는 각오였다. 그래서 권 후보의 토론은 내란이 무너뜨린 참담한 현실, 내란 이후 광장 사람들이 원한 세상으로 채워졌다. 그는 ‘헌정을 파괴한 윤석열 정부의 노동부 장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게 “당장 사퇴하라”고 했고, 차별금지법에 소극적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겐 “(사회적 합의 때문이라면) 영원히 못할 것 같다”고 직격했다. 최저임금 지역 차등 적용을 주장한 이준석 후보를 향해선 “지방을 더 피폐하게 만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했다. 노동자들에게 거꾸로 가는 세상을 고발하려 물구나무를 섰던 ‘변호사 권영국’이, 내란으로 무너진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진보 정치인 권영국’으로 탈바꿈한 순간이다.
권 후보가 없었더라면 약자들의 외침, 광장의 말이 묻히고 사라질 뻔했던 대선이다.
- 오피니언 많이 본 기사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지난 18일 서울 마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