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목숨이다. 숨이 다 되는 순간이 생과 사의 갈림길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생사를 넘나들며 살아가는 사람, 제주도 잠녀(潛女)다. 숨비소리는 잠녀들이 물속에 잠수했다가 물 밖으로 나오며 내뱉는 숨소리다. 마치 긴 휘파람 소리처럼 들린다. 흔히 해녀라고 부르지만, 제주에서는 잠녀(잠녀)라 불렀다.
물질이 얼마나 힘든 일이면, 해녀들 사이에서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쓴다”는 말이 나왔을까. 해녀의 역사는 오래되어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되었고, 숙종 때 제주목사 이형상의 시찰 장면을 기록한 화첩 <탐라순력도>에도 등장한다. 그중 ‘병담범주’에는 용두암에서 흰옷을 입고 물질하는 해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해녀가 잠수할 때 필수 장비 중 하나가 수경인데, 잠수 전에 반드시 쑥으로 닦는다. 최근 유행했던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도 그 장면이 나온다. 쑥으로 수경을 닦으면 김이 서리지 않고, 그 향은 멀미도 막아준다. 해녀들은 집 앞마당에 쑥을 심기도 하지만, 쑥은 생명력이 강해 척박한 땅이나 염분이 강한 땅에도 잘 자라 지천으로 널려 있다. 쑥에 함유된 휘발성 정유 성분이 유리 코팅제 역할을 하는 모양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쑥의 김 서림 방지 효과를 증명한 ‘쑥 추출물을 이용한 향균 및 김 서림 방지에 관한 연구’(배상대, 2020)라는 논문도 발표됐다. 육지에서는 떡이나 국의 재료로만 쓰였던 쑥이 해녀들이 잠수할 때 없어서는 안 될 식물이다.
가족을 위해 헌신했던 해녀들은 일제강점기 식민지 수탈 정책에 저항하며 항일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1931년 제주도사(濟州島司)이자 해녀 어업 조합장을 겸했던 일본인 다구치 데이키가 해녀들이 어렵게 딴 해산물의 가격을 강제로 조정하려 하자, 해녀들은 분연히 일어섰다. 당시 해녀 김옥련, 부춘화 등을 주축으로 한 제주 해녀 항쟁은 최대 규모의 제주 항일운동으로 평가되고 있다.
해녀의 의미와 가치는 오랫동안 잊혀 있다가 2016년 ‘제주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지난 4월11일에는 ‘제주 4·3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으니, 제주 유무형의 문화유산이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인내심 강한 곰이 쑥을 먹고 여자로 태어났다는 단군신화 내용처럼 모진 풍파를 견뎌내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 해녀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폭싹 속았수다. 우린 이녁이 하영 자랑스럽수다!